슬기로운 자가격리

by 수리향

중국에 입국하여 자가격리를 한지도 만 8일이 지나고 점차 나태한 생활에 익숙해졌음. 자고 먹고 체하고를 반복하다가 도저히 안 되어서 프론트에 저녁밥은 넣어주지 말라고 부탁함. 아무래도 저녁을 제대로 안 챙겨 먹다가 갑자기 챙겨 먹으니 몸에서 안 받는 것 같음. 그리고 입에 달고 살던 과자와 사탕도 조금 멀리 떨어뜨려 놓고 오늘부터 운동도 시작했음. 운동이라 해봤자 하루 만보를 채우기도 어렵지만, 여기서 더 찌면 데굴데굴 굴러다닐 것 같은 위기감이….


중국의 인터넷과 앱도 익숙해지면서 어떤 사이트가 차단되는지 아닌지도 이제 대충 감을 잡았음. 구글님만 걸치지 않으면 대체로 잘 되는 편임. 특히 네이버가 되어서 다행인데, 오늘은 갑자기 안 되던 네이버 카페도 잘 됨. 가장 큰 수확은 Youku라는 좋은 앱을 알게 된 것인데, 넷플릭스에는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이 즐비함. 개인적으로 상양부를 한국에서 보다 말아서 상양부를 보고 싶은데 (티빙에서 나오는데 티빙이 막힘) 유쿠에서는 중국 드라마는 중국 자막 밖에 없어서….ㅠㅠ 한국드라마는 좀 많이 빈약한 편이고 최신 헐리우드 영화가 무척 많음. 추억의 해리포터도 보고 겨울왕국도 복습하고 오늘은 듄을 보았음. 영어 자막으로 처음 봐서 그런지 내용이 잘 이해가 안 감. 그래서 책을 사볼까 고민 중인데, 번역이 별로라는 둥, 책 내용은 별로라(감독이 대단하다)는 둥 이야기가 많아서 일단 접어둠. 경험상 이렇게 영화로 반짝 뜬 소설은 곧 세트로 대여나 특가로 나올 확률이 높기 때문에 몇 달만 인내하면 됨.


요즘은 새로운 정주행 소설로 태백산맥을 보고 있음. 방에서 운동할 때 주로 듣는데, 진도가 빨라서 3일만에 2권을 거의 다 봄. 자가격리 끝날 쯤이면 다 보고 다른 시리즈도 보고 있지 않을까 싶음. 토지가 해방 전을 다루고, 태백산맥이 해방 후를 다루는데 우연히 이어서 보는 거지만 딱 좋은 것 같음. 문제는 꽤 재미있어서 중국어 공부는 좀 뒷전으로 넘기고 있음. 솔직히 밖에 나갈 일이 없으니 중국에 있는 것인지 한국에 있는 것인지 별로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음. 자가격리 풀리면 생존을 위해 또 열심히 공부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 중. 좀 계획을 세워서 공부해야 아까운 시간을 날리지 않을 것 같음. 하지만 요 몇년 간 방학 때조차 제대로 쉰 적이 없어서 이런 꿀같은 휴식을 그냥 날리기는 조금 많이 아쉽기는 함. 그러나 저러나 오늘은 영화 한편 더 보고 잠자리에 들려고 함. 자가격리는 짧고 개학은 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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