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도착하고 격리 13일(만 12일) 째가 되었다. 내일모레 일요일이면 드디어 이 지겨운 격리도 끝…은 아니고 다른 격리가 기다리고 있다. 중간에 격리가 너무 지겨울 때 원격 연수가 있어서 잠깐 기분전환이 되었던 것 같다. 어제는 호텔 프론트에서 계속 연락이 와서 다음 이동지는 어디인지 물어보고(웬일로 한국말이 적힌 종이를 주었다!) 직장에 제출할 호텔 영수증을 끊어주었다. 다른 때는 말이 잘 안 통하는 직원 분과 통화했는데 호텔 영수증은 중요한 일인지 한국말 잘 하시는 통역사와 통화를 했다. 전화는 한국말로 받으시고 위챗은 영어로 하시는데…. 역시 언어를 잘 하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구나 싶었다. 자가격리가 해제되면 예약한 표가 있는 기차역으로 이동하는데, 당일 해당 역으로 이동하는 인원이 적어서 버스 대절은 안 되고 택시로 이동하기로 되어 있다.(아직 자유의 몸이 아니기 때문에 절대 대중교통을 마음대로 탈 수 없다.) 택시는 1인 1택시로, 가족들조차 따로 타야 한다고 하며 50위안 정도 든다. 우리는 중국어를 못해서 특별히 호텔에서 택시를 예약해주기로 했다.
중국의 시설격리 호텔은 지역마다 다른 편인데, 어떤 지역은 그냥 아파트 통째로 격리시설로 사용하는 곳도 있고 호텔을 격리시설로 사용하는 곳도 있다. 관찰한 바에 의하면 아파트 격리는 저렴한 편이며 호텔 격리는 비싼 편인데, 하루 400위안 정도인 것 같다. 물론 PCR 검사 및 혈청검사 비용도 400위안 정도 나온다. 나의 경우 14일에 총 7000위안 정도 들었는데 호텔마다 가격이 달라서 일주일 뒤에 도착한 후발대는 6000위안 정도 들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것을 보면 대체로 6000위안 안밖으로 생각하면 적당한 것 같다.
호텔은 생각보다 단열도 잘 되고 쾌적한 편이다. 원룸 형식인데 혼자 쓰기에는 넓은 편이고 통창 유리도 두꺼운 편이라 단열이 무척 잘 된다. 분명 밖에는 영하 15도 인데 안은 25도로 잘 유지되며 낮에는 딱히 히터를 틀지 않고 생활해도 될 정도이다. 밤에는 히터를 약하게 틀고 자는데 실내가 많이 건조한 것 같아서 샤워 타월을 널어놓고 지내고 있다. 방이 넓은 편이라 요새 실내에서 반쯤 조깅을 하며 1만보를 채우고 있다. 솔직히 누가 보지도 않는데 관리하기 귀찮지만, 자가격리 다 끝난 후 중국 측에서 건강검진을 실시한다고 해서…. 차마 이 몸으로 체중계에 다시 설 수가 없겠더라. 결국 사탕도 줄이고 밥 먹고 열심히 걷고 있다.
식단은 생각보다 괜찮은 편인데 밥이 너무 많이 나와서 반찬을 많이 먹는 나는 반찬만 거의 다 먹고 밥은 엄청 많이 남긴다. 그리고 밥 남긴 만큼 사탕을 섭취하는데…. 하지만 사탕보다 많이 섭취하는 것이 있는데, 물과 차(茶)이다. 한국에서 가장 가져오기 잘한 것이 바로 차인 것 같다. 믹스커피는 솔직히 많이 먹으면 질려서 아침에 한번만 먹지만 씁쓸하고 향기로운 홍차는 질리지가 않아서 쉬지 않고 먹는다. 짐 쌀 때 틴케이스 홍차와 거름망을 넣으면서 너무 오버하나 싶었는데 안 넣었으면 이 긴 격리 생활을 견디지 못했을 것 같다. 호텔에서 기본 제공하는 립톤 홍차와 녹차가 있긴 한데 내가 잘 못 우리는지 몰라도 맛이 정말 별로다. 중국에 맛있는 차도 많은데 이렇게 맛 없는 차만 넣어주다니. 차를 많이 마시는 덕분에 생수가 남아나지 않는데 그래서 ‘물 한 박스 주세요’라는 중국어 하나는 기가막히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계산해보니 1일 평균 4리터를 마시더라. 나도 내가 그렇게 물을 많이 마시는 지 처음 알았다.
나는 일찍 출국해서 나름 평화로운 격리생활 중이지만, 입국 요건을 맞추지 못해 출국을 못하는 분들도 있고 출국 날짜를 늦게 잡았다가 격리 기준이 강화되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분들도 있다. 한국과 달리 중국은 제로코로나가 기준이기 때문에 확진자가 한둘만 나와도 성 전체가 뒤집어진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확진자가 점점 나오면서 입국과 격리 기준이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상해나 북경 쪽으로 입국하는 경우 원래 격리 기간이 짧은 편이었는데 입국 7일 전부터 2번의 PCR 검사와 28일 격리 등 점점 중국에 입국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사실상 비자 발급도 쉽지 않은데 PCR 검사 까지 일주일 전에 받아야 하니(PCR 검사에서 여권이 필요한데 대부분 일주일 전에는 비자센터에 여권이 가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여권 사본을 가져와도 PCR 검사는 해준다고 한다). 꼭 중국에 입국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코로나 잠잠해지고 들어오는 것을 추천한다.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