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춘절

by 수리향

중국의 춘절(설)은 조금 일찍 시작된다. 바로 어제 25일에 중국 한족의 춘절이 시작되었다. 밤마다 화려한 폭죽 세례가 펼쳐지고 어제는 한족 직원 아저씨는 각 방 문을 두드리며 저녁으로 도시락 대신 고기만두를 먹을지 지단부추 만두를 먹을지 고르라고 했다. 내가 말을 잘 못 알아듣자 건너 방의 조선족 남학생을 호출하여 통역을 시켰다. 체중 관리 때문에 저녁을 먹지 않는데 그래도 춘절의 정을 베풀고 싶은 마음을 거절할 수가 없어 계란부추 만두를 주문했다. 만두는 선양에서 먹던 중국식 피가 조금 두꺼운 만두였다. 한국에서는 만두피를 어떻게 하면 얇게 빚을지가 만두의 관건이었는데 중국의 만두피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만두는 입에 잘 맞아서 입에 쏙쏙 들어가는 통에 중간에 억지로 뚜껑을 닫지 않을 수 없었다. 가뜩이나 운동량이 없는데 이걸 다 먹으면 다음날 몸이 2배가 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연변에 오고 좋은 점은 음식이 잘 맞는다는 것이다. 선양이 간장 베이스의 반찬이 대부분이었다면 연변은 고춧가루와 고추기름을 사용한 반찬이 많았다. 중국식과 한국식의 중간쯤 되는 맛이라고 할까? 오늘은 콩나물 무침이 나왔는데 그 맛이 한국에서 먹던 콩나물 무침과 똑같았다. 게다가 선양에서는 밥이 부슬부슬해서 입맛에 안 맞았는데 연변의 밥은 꼬들꼬들 찰기가 흐르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밥이 나온다. 밥이 입이 잘 맞으니 자주 체하던 속도 흐물흐물해져서 뭐든 입에 잘 들어가고 그이 비례해 몸도 통통 해지는 것 같다. 결국 프런트에 전화해서 저녁밥을 넣어주지 말라고 부탁드렸다. 프런트에서는 정산 문제로 난감해했지만 돈 더 주고서라도 저녁밥을 먹으면 안 되는 처지인지라. 결국 저녁은 과일로 받기로 협의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주방에 과일이 없는지 저녁으로 과일을 따로 준 적은 아직 없다. 뭐 딱히 불만은 없지만.


연변의 숙소는 가격이 저렴한만큼 선양보다는 낡고 수질이 좋지 않다. 하지만 밥이 일단 잘 맞고 침대가 선양보다 딱딱한 편이라 생활의 질은 좀 더 높아진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얇은 요를 깔고 자서인지 바닥이 딱딱하지 않으면 잠이 잘 오지 않더라. 선양의 침대는 심하게 폭신해서 하루 4-5시간도 못 잤는데 연변에 오고는 머리만 닿으면 잠이 든다. 부작용은 낮잠도 늘어서 이제 시간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 개학도 다가오니 슬슬 교과서 정주행도 시작해야 한다. 교과서는 1학기 교육과정은 반 정도 보았는데 가장 어려운 과목은 아직 안 보아서 2월 한 달은 그걸 보아야 할 것 같다.


연변은 해가 빨리 뜨고 지는 편이라 벌써 퇴근길 차량이 보이고 건물에는 속속들이 불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중국인들은 붉은색과 노란색을 좋아하는 것이 분명한 것이 대부분의 건물들은 붉은색과 노란색 조명을 휘감고 있다. 상해에서 보았던 그 휘황찬란함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는 중국이야 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큰 폭죽을 터트리면 액운도 한꺼번에 사라진다고 한다. 약간 미신 같지만 한국의 쥐불놀이도 그렇고 나도 어렸을 때 이맘 때면 싸구려 폭죽을 사다가 매일 터트렸으니까. 어렸을 때는 조명이 없어서 항상 깜깜한 밤에 하얗게 노랗게 수놓은 폭죽을 보며 즐거워했는데 어느새 나이가 들어 풍습이라는 것에 심드렁하게 된 것 같다. 사실 화학약품에 의해 불꽃이 일어난 들 액운이 사라진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그리고 액운이라는 것도 근거가 없는 것이고 인과관계를 제외하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일어날 확률은 비슷하다. 뭐 사실 세상에 완전히 좋은 일도 완전히 나쁜 일도 없더라. 살아보면 좋았던 일도 나쁜 일일 수 있고 나빴던 일은 알고 보면 좋은 일일 수도 있다. 그런 것에 연연하기보다는 그냥 올 한 해 힘든 일이 있더라도 잘 이겨내고 건강하고 재미있게 잘 보내기 바란다. 쉬지 않고 터지는 폭죽 소리에 그런 마음을 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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