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격리가 24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마지막 날이라 두근두근하다. 내일 이동할 집에는 이미 타오바오에서 시킨 물건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다. 난감한 것은 1층부터 잠겨 있어서 택배원들이 계속 연락이 온다는 것이다. 곧 설이라 쉴 줄 알았는데 중국의 택배원들은 참 부지런하다. 안 되면 경비원에게 맡겨주십사 했는데 아파트에는 경비원은 없다고 한다. 한국과 달라서 다소 당황했던 것 같다. 결국 아파트 근처에 짐을 맡기도록 했다. 일면식도 없는 아파트 주민의 택배를 잘 맡아주실지 모르겠지만 다른 대안이 없었다. 자가격리 들어가기 전에 들릴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심신이 많이 지쳐가서 요즘은 과연 이곳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한다. 여기 선생님들은 반반인 것 같은데, 타지 생활에 지쳐 빨리 돌아가고 싶은 분들도 계시고 계속 중국에 남고 싶어 하는 분들이 계시다. 만약 한국의 생활에 만족했고 삶의 질을 중요시한다면 연길이든 어디든 만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면 아이들 교육 때문에 최대한 3년 이상 채우려는 분들도 있고 잘 적응해서 10년 넘게 중국 내 학교를 돌으시는 분들도 계시다. 나는 아직 적응도 시작도 못했는데 벌써 지치는 기분이다. 창밖의 작은 토이 인형 같은 사람들이 움직일 때면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그저 아무 간판이나 들어가서 아무 거나 사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도착하면 또 격리에 들어가겠지만 내가 알기로 그곳에는 창도 있고 베란다도 있으니 조금 나을 것 같다. 혹시 창도 못 열게 하면 3층에서 뛰어내릴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방학만 되면 일주일 동안 한 번도 밖에 안 나간 적도 있는데, 이게 막상 3주째 되다 보니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다. 방에 컴퓨터만 넣어주면 얌전한 나도 이럴진대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원래 코로나만 아니면 연길 직항이 있어서 들어오기도 쉽고 나가기도 쉬운 그런 동네인데 어쩌다 코로나 때문에 직항 다 끊기고 격리는 6주나 되어서 사람을 이리 피폐하게 하는지.
그 와중에 한국은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여 부모님도 걱정이 많으시다. 아니 사실 부모님은 타지에 나간 내가 가장 걱정되시는 것 같다. 본인들의 노후도 덤으로... 나는 부모님이 바라는 것이 무엇이고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안다. 떠날 때 그동안 해준 것이 없다며 갑자기 300만 원을 통장에 넣어주시는데, 환전도 다 끝났고 별로 받고 싶지도 않아서 핑퐁 좀 하다가 그냥 놔두었다. 그렇게 비상금도 나에게 주었으니 부모님은 집에 붙어 있는 아들 둘과 설을 쇠시기 버거울 것이다. 돈은 통장에 그대로 남아 있고 그 녀석들이 부모님께 한 푼이라도 드릴 리가 만무할 것 같아서 뭐라도 부쳐줄까 하다가 그동안 나를 대했던 태도를 고려해 천천히 드리기로 했다. 어차피 끊지 못할 인연이지만 거리를 두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거리에 있으니 2년 간은 서로 보지 않고 지내는 것이 피차 이로울 것 같다. 그렇게 혐오하던 이가 떠나갔으니 다들 뜻하는 바를 이루고 행복하게 잘 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