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이사

by 수리향

호텔 격리가 끝나고 격리할 집으로 이사를 했다. 아니, ‘이사’라는 말보다는 ‘이주’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 가격도 적당하고 가구도 깔끔하며 물도 깨끗한 복층 구조의 원룸이다. 이전에 거래하려 했던 꼭대기층 복층과 다르게 인위적으로 만든 복층이라 잠을 자는 것 외에는 딱히 사용은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방도 넓고 책상도 넓고 좋아서 마음에 들었다. 어차피 나의 동선은 부엌과 책상 딱 두개 밖에 없지 않은가.


집이 들어오고 좋은 점은 이제 슬리퍼를 벗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원래 입식 문화인데 연변은 온돌 문화가 들어와 있어서 맨발로 생활이 가능하다. 바닥은 나무 재질인데 매끄럽고 질이 좋은 것인지 밟을 때 느낌이 좋다. 침대는 정말 별로인데 나는 침대를 안 쓰기도 하고 해서 주인 분께 문의를 드렸다. 한국에서는 임차인일 때 주인에게 말도 걸기 어려웠는데, 중국에서는 이것저것 요구를 해도 주인이 잘 들어주는 것 같다. 중국과 한국의 집 문화가 아무래도 차이가 있어서 이사하고 이틀 동안 주인 분께 참 많은 SOS를 쳤던 것 같다.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아는 게 하나도 없어진 이 기분이란.


어제는 중국의 정식 춘절이라 엄청난 양의 폭죽이 터졌다. 어느 정도였냐면 폭죽 터질지 몰랐다면 테러 났다고 착각했을 정도이다. 소리에 민감한 나는 잠 들기를 포기하고 엄청 재미 없는 책을 골라 읽다가 깜박 잠에 들었는데 자정 쯤 깨어보니 폭죽 소리가 잦아들었더라. 그래도 야밤에는 터트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중국의 모든 도시들이 이렇게 폭죽을 터트리는 것은 아니고 허가 받은 도시만 터트릴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에 여러 해 살았는데 폭죽 소리를 처음 들어봤다는 분도 계셨다. 폭죽도 한강 불꽃 축제 정도 규모의 폭죽을 사방 터트리는데, 역시 대륙의 스케일은 다르구나 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달력을 보니 한국도 오늘이 설날(구정)이더라. 그래서 떡국도 끓여 먹었다. 막상 만들고 나니 거의 죽이 되어 있었지만 맛은 있었다. 집에 들어오고 좋은 점 또 한가지는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해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당장 창문에서 뛰어 내려 카페 유리창에 머리를 박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지만 3주 동안 익혀온 절제술로 억누르고 있다. 입이 심심할 때는 주문해둔 과일을 열심히 먹고 있다. 다른 과일이 뭐가 있는지 잘 몰라서 사과만 시켰는데, 다행히 정말 맛있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근방의 훈춘에서 나는 사과가 그렇게 유명하다고 한다. 한국에 가면 여기서 먹던 사과가 그리울 것 같다.


춘절 폭죽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인지 멀리서 간간히 폭죽 터트리는 소리가 들리곤 한다. 폭죽이 터지면 한해 액운이 다 날아간다고 하는데, 액운이 깜짝 놀라서 도망 간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아무튼 올 한해 별 일 없이 건강하게 잘 나기를 바란다. 내년 이맘 때 쯤에는 밖에서 불꽃 놀이를 구경하기를, 그리고 중국말도 술술해서 중국 드라마도 술술 볼 수 있는 내가 되어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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