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택 격리 절반이 지났다. 호텔 벗어나니 시간도 잘 가고 밥도 해 먹는 재미가 있다. 쉬지 않고 연락하던 택배기사들은 31일이 되자 거짓말처럼 뚝 그쳤다. 중국의 춘절은 그 위력이 대단해서 한국으로 공부하러 나온 유학생도 춘절을 쇠기 위해 6주 격리를 마다하지 않는다.(흠좀무) 택배기사들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중국 춘절은 긴 편이라 내가 자가격리 끝날쯤이면 춘절도 끝나 있을 것이다. 어서 시간이 지나서 택배도 찾고 마트에서 물건도 사고 싶다.
이곳은 중국의 소도시이지만 갖출 것은 다 갖추었다. 어쩌면 1선 도시보다 살기는 좋은 것 같다. 일단 공기가 좋아서 사시사철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으며 물가가 저렴하고 집도 저렴한 편이다. 원룸의 경우 월세가 800위안에서 1500위안 사이인데 내가 있는 곳은 1000위안 정도 된다. 한국의 코딱지만 한 원룸을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 대륙의 원룸은 일단 실평수 15평부터 시작한다. 참고로 3-4인 가족이 살만한 집은 1500위안부터 3000위안 사이에 있는데, 가격이 저렴할수록 아파트는 낡은 편이고 가격이 높을수록 엘리베이터도 있고 내부도 럭셔리하다. 사실 1500위안이면 한국 돈으로 30만 원 정도인데, 그 돈으로 한국에서는 6평짜리 원룸도 구하기 힘들다. 한국의 땅값은 전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다. 물론 집에 채워야 할 것들을 생각하면 중국에 오면 초기 비용이 많이 들기는 하다. 나도 자가격리에 필요한 물품을 주문할 때 1000위안은 지출했다. 근데 다 한국 물품을 사서 그렇지 중국 물품으로 채웠으면 사실 반도 안 들었을 것 같다.
한국에서 자취로 잔뼈가 굵은 나도 원룸에서 많이 살아 보았는데, 여기는 한국의 오피스텔 1.5룸에 살았을 때 정도의 크기인 것 같다. 그것도 이 집은 오피스텔이나 빌라가 아니라 꽤 큰 아파트 단지에 속해 있고 들어오려면 아파트 입구에서부터 카드를 찍고 들어와야 할 정도로 보안이 철저하다. 다들 중국에 살면 물도 잘 안 나오고 가구도 다 낡고 그런 것을 생각하겠지만, 솔직히 한국과 비슷하다. 한국도 낡은 집은 물도 오염되어 있고 가구도 다 낡고 그런 것처럼 이곳도 마찬가지이다. 다행히 내가 들어온 곳은 수도도 깨끗한 편이며 (필터를 보면 안다) 가구도 깨끗하고 냉장고와 세탁기도 매우 잘 된다. 중국 가전이 별로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걱정했는데 냉장고도 정숙하니 냉장 냉동 다 잘 되고 세탁기는 작은 편이지만 소음도 심하지 않고 의외로 빨래를 잘해서 놀랐다. 내 생각에 원룸 내 가전이 이 정도면 한국의 가전시장도 긴장해야 할 것 같다. TV는 신기하게 삼성 티브이인데 다행히 HDMI가 연결되어 있어서 심심할 때 노트북 연결해서 넷플릭스를 볼 수 있었다. 셋탑박스도 하나 찾았는데 이것저것 만져보니 커스텀은 죄다 막혀서 어려운 것 같고 통신사에 가입을 해야 쓸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익숙지 않았던 것은 난방, 가스레인지, 샤워 온수기이다. 신기하게 난방은 중앙난방 식으로 여기서는 전혀 조절을 할 수 없다. 난방은 온돌식이며 알아서 자동적으로 되는데 솔직히 개별난방하는 것보다는 따뜻하지는 않고(나는 한국에 있을 때 지글지글 방바닥을 끓이며 살았다.) 그냥 적당한 정도의 온도만 유지하고 있다. 가스레인지는 도시가스가 아니라서 개별적으로 가스를 충전해서 사용해야 한다. 가스는 100위안 정도 하는데 2-3달 정도 사용 가능하단다. 처음 밥을 할 때 가스밸브를 못 찾아서 엄청 헤맸는데, 일단 가스를 사용하고 나니 그 화력에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국의 가스레인지 불꽃은 소심한 것이 었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중국의 화르륵 불 요리의 근원이 이것이구나 싶었다. 마지막으로 신기한 것은 부엌과 세면대의 온수는 중앙에서 데우지만 샤워할 때 온수기는 전기식으로 여기서 데워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틀어 두면 70도로 충전되는데 샤워하면서 뚝뚝 떨어지는 온도계를 보면서 긴장하며 빨리 샤워를 끝내게 된다. 근데 10도 대로 떨어져도 딱히 물을 차갑지는 않은 것 같다. 저 온도가 무엇을 표시하는 건지 아직도 미스터리이다.
기온은 항상 영하권인데 한국보다 체감 기온이 그리 춥지는 않다. 선양보다는 훨씬 따뜻한 편이며, 장춘 같은 도시는 열차로 지날 때에도 그 한기가 확 느껴졌는데 여기는 별로 춥다는 느낌이 들지 않다. 일단 한국에 비해 건조해서 체감 추위가 덜한 편이고 해가 잘 들어서 낮에는 따뜻하게 지내는 것 같다. 호텔에서 이동할 때 선양에서는 장갑이 없어서 손이 무척 시렸는데 여기서는 장갑이 필요 없을 정도의 날씨라 생각하면 된다. 원래는 추운데 이상기온 때문에 올해 따뜻한 편이라는 것 같다. 나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이상 기온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니까. 가장 좋은 건 온돌식 난방인데, 먼지 날리는 카펫에서 벗어나서 정말 좋다. 부디 온돌 문화가 길이길이 보존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