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충전

by 수리향

가택 격리 기간이 7일에서 14일로 변경되었다. 아니 사실 14일이었는데 7일로 줄은 줄 알았다가 알고 보니 나중에 입국한 사람들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한다. 좀 늦게 입국할 걸 하는 생각도 드는데, 요즘 한국의 코로나 사정을 보면 일찍 출국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가택 격리 기간이 7주일 더 연장된 느낌인데 집이 쾌적해서 그래도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먹는 것인데, 유일한 단백질원인 달걀이 다 떨어졌다. 어떻게 된 것인고 하니, 한국에 있을 때는 달걀 1판이 30개라서 그렇게 생각하고 2판을 주문했는데 연변에서는 달걀 1판에 10개씩 팔더라. 당시에는 7일로 가택격리기간이 수정되었다고 해서 달걀 20개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14일로 늘어나고 보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다. 다행히 선생님께서 달걀과 마트에 맡겨둔 택배까지 문 앞까지 배달해주셨다. 문 열고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종이로 봉해진 문은 가두만이 열 수 있다. 아무튼 달걀도 커피도 채우고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격리에 임할 수 있게 되었다.


택배는 다 온 건 아니고 이불, 체중계, 모카포트가 와 있었다. 모카포트에 넣을 원두는 내가 가택 격리 들어가기 전에 와 있었다. 하지만 먹지는 못하고 냄새만 맡으며 고문에 시달리고 있었다. 인터넷에 분명 간 커피라고 되어 있었는데 그냥 볶은 콩 째로 온 것이다. 결국 참다못해 수도 교체로 가져온 몽키스패너로 비닐 2개에 넣고 매우 쳤다. 아랫집에 울리는 것 같아 뚜이부치 뚜이부치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열심히 쳤는데 비닐만 너덜너덜해지고 커피콩은 콩 반 가루 반 엉성하게 다져졌다. 모카포트는 그라인더 오면 써야겠다. 그렇게 정성을 다해 간 커피콩을 물에 넣고 팔팔 끓여 먹었다. 드립 아니면 아메리카노만 먹다가 이게 웬 원시적인 방법인가. 찾아보니 터키식 전통 커피라고 하니 나름 품격이 올라간 것 같다. 마시고 나니 카페인 충 전치가 막 올라갔다.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 역시 사는 건 별거 없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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