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일주일 더 남았다.
중국에 와서 격리한 지 만 28일이 되었다. 겨우 입국을 위해 1년 중 12분의 1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비효율적으로 느껴진다. 문제는 아직 한주 더 남았다는 것이다. 요즘 곰곰이 왜 한 달 넘게 격리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보았다. PCR 검사가 아무리 정확하다 한들 오류율은 절대 0%가 될 수 없으니 PCR 검사에서 걸러지지 않은 감염자는 한 달 동안 자연 치유되라는 것일까? 검사를 많이 할수록 정확도가 높아지겠지만 완전 100%는 아니니까. 사실 어떤 기준으로 격리 기간을 정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중국의 모든 성이 격리 5주인 것은 아니다. 다른 성은 격리가 2주 만에 끝나기도 하고 3주 만에 끝나기도 한다. 하지만 최소한 2주 이상이며 해외 입국자의 경우 현지인들보다 더 엄격한 관리를 받는 것 같다. 사실 풍토병이 아닌 대부분의 감염병은 자연발생보다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국의 질병청 홈페이지에 가보면 해외 감염병 관리와 함께 운영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에서도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의 사망 원인이 총보다는 균 때문이 더 많다고 하는 것을 보면 해외 입국자에 대해 까다로운 정책을 취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다만 4주 이상의 격리는 좀 심한 것 같다.
격리가 4주 지나는 동안 몸도 많이 불어서 소위 '확찐자'가 되었다. 어제 배송 온 체중계에 올라가 보니 출국 전보다 1.5kg 올라가 있었다. 게다가 계산해보니 그게 다 체지방량이었다. 물론 출국 전에는 출국 준비 때문에 심신이 지쳐 최저 몸무게를 찍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한들 안 쪘다고 변명하기는 어렵다. 사실 오고 나서도 헬스 어플과 갤럭시 워치로 섭취량과 운동량(걸음수)을 관리하기는 했지만 확실히 바깥 활동을 안 하니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앞으로 운동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며 타오바오에서 열심히 운동기구를 검색하고 있다. 물론 격리 기간이 고무줄처럼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함부로 주문을 누르지는 못했다.
체중 관리를 위해 식료품 개수도 다시 카운트했다. 사실 체중 관리는 둘째치고 남은 식료품 숫자가 딱 떨어지기 때문에 앞으로 과식은 불가능하다. 오전에 하루 소비 가능한 식료품 개수를 적어서 냉장고에 붙이고, 청소를 하고 나니 PCR 검사를 하러 왔다. 다행인 건 호텔 격리 이후로는 피를 뽑는 일은 없는 것 같다. 그렇게 PCR 검사가 끝나고 가두가 방문하여 격리자가 집에 있는지 확인하고 문을 종이로 봉한다. 그 둘이 오가는 사이에 약간의 시간 간격이 발생하는데 이때 쓰레기를 복도로 내놓으면 된다.
산처럼 쌓여있던 쓰레기를 처리하고 나니 주방이 넓고 깨끗해졌다. 대충 청소를 하고 커피를 끓여서 입에 털어 넣었다. 오늘부터 다시 일주일. 심기일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