喝茶

by 수리향

중국에 온지 만 한달이 훌쩍 넘었다. 점점 익숙해져가는 중국의 앱들. 이번에는 와이마이에 도전해보았다. 와이마이는 배송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중국에는 메이투안과 얼러마가 가장 유명한데 나는 얼러마를 다운 받았다. 가까운 마트에서 인터넷으로 쇼핑한 후 주소 적고 배송 시간 정해서 결재하면 완료이다. 그럼 그 시간에 정확하게 집 앞으로 배송해준다. 나는 11시-11시 반 사이로 선택했는데 정말 정확하게 11시에 연락와서 11시 3분에 내 집 문 앞에 배송을 완료하고 갔다. 그럼 가두에 연락해서 배송 와서 물건 가져 간다고 하면 나중에 가두에서 사람이 와서 내가 있는 지 확인 후 문을 봉하고 간다. 솔직히 상대방이 뭐라 하는 지 잘 모르겠는데 내가 할 말만 파파고로 잘 준비하면 별 문제는 없다. 문제가 있는데 그냥 넘어가 준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즐거운 와이마이 성공 후 맛있는 짜사이 반찬, 엄청 큰 만토우, 달콤한 빙홍차를 얻었다. 덩달아 살도 쪄서 아침에 체중계에 올라갈 때 죄책감에 휩싸였다. 그래도 격리 중 스트레스를 이렇게 해소할 수 있어서 매우 기뻤다. 밥솥과 쌀도 때마침 배송되어서 오늘 아침은 햇반이 아니라 제대로 밥을 지어 먹고 있다. 간만에 맡는 밥 짓는 내음이 기가 막힌다. 스마트나 IH밥솥이 아니라서 성능은 그닥이지만, 2년 쓰고 버릴 것 같은데 별로 좋은 거 살 생각은 없다. 어차피 밥은 해서 밥솥에서 3시간 넘어 가면 다 맛이 없고, 바로 얼리면 다 비슷하다. 햇반 먹고 남은 그릇들을 모아두어서 거기에 덜어두면 될 것 같은데 문제는 뚜껑이 없다. 한국에서 혹시 몰라 비닐을 조금 가져오긴 했는데 몇 개 없어서 이걸 사용하려니 아깝다. 결국 다시 와이마이 앱을 켰다. 배송할 것만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배송온 것 중에는 중국 홍차도 있다. 정말 그냥 아무 홍차나 골랐는데 맛이 참 좋다. 한국에서 샘플로 먹었던 그 비싼 립상소우총 차만큼 맛있다. 잎이 얇은 서양식 홍차는 티망에 걸러서 마시고 잎이 넓은 중국식 홍차는 그릇이나 냄비에 우려서 먹으면 된다. 첫 물은 떫기 때문에 살짝 헹구어서 버리고 끓지 않는 뜨거운 물에 띄워서 우려 먹으면 맛이 참 좋다. 제대로 다기를 사서 먹으면 참 좋은데 그러지는 못하고 출국할 때 가져온 접이식 포트에 물 1.5리터와 찻잎을 띄어 마신다. 그냥 냄비에 보리차 먹듯이 하는데도 그냥 너무 맛있다. 카페인도 충족되고 입 안도 헹궈지는 마음이 행복하다. 이미 타오바오에서 커피 도구를 엄청 샀는데 앞으로 커피 대신 홍차를 더 많이 마실 것 같아 문득 돈이 아까웠다. 역시 좀 있어보고 하나 씩 사는 게 순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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