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饿了么
어제 저녁 드디어 격리가 해제되었다. 어떻게 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2월 입국자 부터 격리 기간이 바뀌어서 그게 우리들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연수 중간에 다른 선생님의 격리 해제 소식을 듣고 난 후 한참 뒤 격리 해제 소식을 전해들었다. 너무 기쁜 마음에 밖으로 바로 뛰쳐… 나가지는 않았고 귀찮아서 떡볶이와 김밥을 얼러마로 주문했다. 정말 10분만에 문 앞에 딱 도착하는 얼러마(饿了么)는 최고다.
사실 격리 해제 전부터 식욕과 쇼핑욕이 폭주해서 배달을 엄청 시키고 있었다. 아무래도 가두들도 제어가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해고 풀어준 것도 같다. 사실 같이 격리 들어갔던 현지 분은 저번주에 격리 해제되고 이번주에는 쓰레기 버리러 왔다갔다 할 수 있다고 해서 좀 억울하던 차였다. 뭐 외지인에 대한 경계는 자연스러운 일이니, 잘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지 싶다. 아무튼 어두컴컴해져서야 밖에 나갈 수 있게 되었는데 이불을 좀 사러 아파트 밖에 잠시 나갔다가 실패하고 빵과 청소도구를 조금 사왔다.
나름 중국어로 대화하려고 노력했는데 사람들은 내가 한국인인 것을 정말 금방 알아본다. 나도 내 발음에 확신이 없으니 현지인이 듣기 얼마나 형편 없을까. 연길에서는 중국어 못한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 한국어와 중국어가 공존하고 있어서 한족 분들도 사실 한국어를 조금 알아 듣는다. 그리고 가게의 반은 한족, 반은 조선족인 것 같다. 만약 가게 주인이나 내가 말을 잘 못 알아들으면 손님 중 조선족 분이 옆에 슥 나타나 알아서 통역해준다. 배터리와 데이터 걱정 없는 살아 있는 파파고님들이 도처에 있는 것이다. 밖에서 물건을 둘러보니 가격이 적히지 않은 것도 있지만 대체로 와이마이(外卖) 앱에서 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하지만 어버버버하면 바가지 쓸 수 있다고 하니 되도록 처음에는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물론 현지어 하나도 못 알아듣고 인민폐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바가지를 써도 할말이 없다. 되도록 현금보다는 알리페이 들고 다니고 물건 살 때 사용하는 중국어 10개 정도는 달달 외워서 다니자.
인터넷 쇼핑은 대체로 타오바오에서 하는데, 호텔 격리 중에는 근처 마트에 맡겼었고 요즘은 집 앞에 두고 가게 한 후 내가 직접 수령하고 있다. 어제 혹시나 안 온게 있나 마트에 가서 살펴보았는데 내 물건은 없었다. 다시 어플로 체크해보니 배송 안 온 것 빼고는 이미 다 받았더라. 아직 안 온 것은 내가 바보 같이 남쪽 끝 지역에서 배송 시킨 것이라 현재 대륙을 횡단하고 있다. 앞으로 물건이 오는 지역을 따져가며 배송 시켜야 겠다고 다짐했다. 배송 온 물건 중에는 샤오미 밥통도 있었는데 매우 성공적이었다. 이 밥통이 한국 돈으로 3만원도 채 되지 않는데 기본에도 충실하고(밥하기) 기능(케익, 찜, 죽)도 여러 가지 있다. 물론 샤오미가 자랑하는 IOT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지만 밥물 선(이거 중요하다)도 정확하고 찜이나 다른 기능들도 무척 잘 된다. 솔직히 3만원에 이 정도라니 갑자기 쿠쿠가 많이 걱정되었다.
타국에서 격리 생활을 하다 보면 개인마다 민감도가 높은 부분이 있고 낮은 부분이 있다. 나의 경우 반찬이나 잠자리에 그렇게 민감하지 않지만, 밥맛이나 좌식생활 등에 무척 민감도가 높았다. 물론 중국은 한국과 문화가 비슷한 편이라 유럽에서 처럼 빵과 우유 먹다가 배탈과 정신 분열에 시달리는 일은 없지만, 그래도 그 작은 차이가 주는 문화적 적응 지연은 삶의 질을 생각보다 많이 떨어뜨린다. 연변은 그런 점에서 좋았던 것이, 일단 온돌 문화가 발달해서 맨발로 다닐 수 있었고, 밥맛이 무척 잘 맞았다. 밥맛은 밥솥도 중요하지만 결국 쌀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데 선양에서 먹었던 그 밥은 정말 두 수저 뜨기가 어려웠지만 여기서 산 쌀로 한 밥은 정말 입맛에 착 맞았다. 나는 그냥 세일하는 가장 저렴한 25위안 짜리 쌀을 주문하면서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막상 먹어보니 한국에서 먹던 내가 좋아하는 딱 그 밥맛이 나더라. 간만에 먹는 입에 착 달라붙은 밥 맛에 감격하며 살펴보니 겉봉에 한문으로 흑룡강(黑龙江)이 적혀 있었다. 알고보니 한국인의 입맛에는 동북(东北) 지역 쌀이 가장 잘 맞는다고 한다. 나는 그냥 저렴한 현지 쌀을 사서 먹으면 되는 것이다. (만세)
격리가 끝나면 하고 싶었던 것들 다 하리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원하는 것은 밥과 차, 가끔의 떡볶이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타지에서의 삶은 하루하루가 참 신기하고 모르는 것 투성인데 그것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이 있는 것 같다. 다시 미적미적 나가서 미적미적 걷다가 밀크티라도 하나 사올까? 밝은 날의 아파트 단지와 인사도 할 겸. 굿모닝 연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