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풀리고 첫번째 일요일을 맞았다. 오늘은 PCR 검사가 있는 날이다. 오전에는 집에 PCR 검사원이 방문하고 갔고 점심 쯤에는 집주인 일행 분들이 오셔서 침대를 빼주시고 부탁드렸던 화장실도 손봐주셨다. 대충 청소를 끝내고 차를 한 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슷한 문화와 민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는데 막상 대화를 해보니 같은 민족이라는 것이 피부로 와닿았다. 나이 이야기 할 때 한국에서 처럼 띠로 이야기 하면 아아 하고 알아 듣는 것도 그렇고 소소한 것에서 동질감을 많이 느꼈다.
조선족 분들은 한국인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은 나를 ‘같은 민족, 다른 나라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선족과 한족은 다르다고 생각하며 조선족의 문화와 민족에 대한 정체성과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식 세대들은 점점 조선족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 하는 것 같았다. 별로 도와준 것도 없는 민족인데 아직도 우리 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지키려는 그 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중국 곳곳의 한민족들의 흔적이나 독립유적지 등도 사실 이 분들이 있어 잘 지켜지고 있는 것인데 그것도 곧 명맥이 끊기면 잊혀질 텐데…. 문득 상해의 임시정부가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한국에서는 조선족의 이미지가 좋지 않지만 여기서 만난 조선족 분들은 대부분 친절하고 똑똑하며 부유하다. 조선족은 중국에서도 교육열도 높고 부지런 하기 때문에 대부분 중국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많고 베이징 같은 1선 도시에 자녀가 가 있는 경우도 많다. 도로의 차만 보아도 한국에서보다 외제차가 훨씬 많고 거리도 넓고 깨끗하며 정비가 잘 되어 있다. 서울과 인천에서 살던 내 눈에도 연길 도심은 전혀 후지지 않으며 단지에서의 생활도 전반적으로 한국에서의 수준과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아마 신도시에서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그렇게 느낄 것이다.
이곳의 물가는 한국에 비해 매우 저렴한 편이다. 일단 쌀 5키로에 25-40위안이면 살 수 있다. 한국 돈으로 5000-8000원 정도이다. 쌀도 동북미라서 한국인 입맛에 매우 잘 맞는다. 아니, 사실 한국에서 먹던 쌀보다 여기 쌀이 더 맛있다. 반면 커피는 20-40위안으로 엄청 비싸다. 문제는 예쁜 카페가 너무 많아서 앞으로 큰 지출이 예상된다. 반면에 공차(밀크티)는 6-7위안으로 저렴하고 양도 많다. 그리고 조선족이 사는 곳이니만큼 김치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단지 근처에 김치 전문점을 발견했는데 배추김치 1근에 6위안 정도 밖에 안 되더라. 근데 그건 젓갈이 없는 김치라서 나는 젓갈 있는 김치로 2근 정도 구매했다. 그리고 된장하고 참기름도 샀다. 참기름은 여기서도 비싸서 작은 것이 10위안이고 된장은 작은 통에 담에 6위안에 팔고 있다. 아직 맛을 안 보았는데 조만간 된장찌개에 도전해보려 한다. 그것 말고도 한국에서 많이 보던 짠지들이 엄청 많았다. 여기 사는 동안 반찬 걱정은 없을 것 같다.
과자는 중국 과자가 5위안, 한국 과자는 12-15위안, 큰 빵은 10위안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대체로 과자 류는 저렴하지 않다는 느낌이다. 나는 과자와 음료수에 관심이 많아서 하나씩 도전하고 있는데 오늘은 중국 뻥튀기를 한묶음 사왔다. 마트마다 밖에 이걸 내놓고 파는데, 많이 판다는 것은 그만큼 대중적이라는 것이고, 대중적인 건 대체로 다 맛있다. 노란색 긴 막대 모양 뻥튀기인데 한국에서 먹던 지팡이 뻥튀기 과자랑 비슷하다. 고소하고 밍밍한 것이 한번 들어가면 멈추지 않는다. 커피랑 먹어도 맛있고 맥주랑 먹어도 맛있다. 맥주는 하얼빈 맥주를 사왔는데 따로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았다. 여기는 주류 팔 때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던가, 아니면 내가 신분증 검사를 할 얼굴이 아니던가 둘 중 하나다. 중국 맥주는 칭따오 맥주 이후로 처음인데, 내 입맛에는 칭따오보다 하얼빈이 더 시원한게 잘 맞는 것 같다. 칭따오는 강한 맛이라면 하얼빈은 좀 더 부드러운 맛이다. 하이네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하얼빈 맥주도 좋아할 것 같다. 연변 맥주도 유명하다는데 이름을 잘 몰라서 아직 못 사고 있다. 조만간 도전해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