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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조선족이 아니다

by 수리향

내일이면 능동 관찰까지 풀린다. 얼마 전 배송 온 순면 이불이 포근해서 그런지 자꾸 낮잠을 자는 것 같다. 노곤한 몸을 이끌고 오후에 마지막 PCR 방문 검사를 받았다. 연변에서의 생활도 제법 익숙해졌지만 아직 간판도 길도 신기한 게 많다. 요즘은 밀크티와 빵에 꽂혀 있는데, 제과점 빵은 너무 달고 내 입맛에는 심심한 만토우가 가장 맞는 것 같다. 문제는 자꾸 입에 들어가서 다이어트에 큰 적이 되고 있다. 아니 이미 다이어트는 글렀다.


내일이면 연변, 아니 중국을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된다. 물론 개념 없이 돌아다녔다가 확진자가 나온 지역에라도 발을 들였다가는 옴싹 달싹도 못하고 또 격리에 들어갈지도 모르니 개학 때까지는 조심조심 다닐 생각이다. 이곳은 마스크를 쓴 사람이 드문데, 나처럼 마스크 줄까지 하고 다니는 촌스러운 사람은 한국사람 밖에 없다. 물론 내가 입을 열지 않는 한 아무도 내가 한국인인 것을 모른다.


곧 연변의 명실공히 주민(?)이 되는 기념으로 연변에 대해 알고자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있다. 어차피 이북으로 밖에 볼 수 없고 괜찮은 책은 PDF라서 그냥 저렴한 책으로 대충 골라 보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뼈 때리는 내용에 고개가 푹 수그러졌다. 우리는 일본에 사는 교포들을 재일교포, 재일동포라고 부르면서 중국에 사는 교포들은 ‘조선족’이라 부른다. 하지만 조선족이라는 단어는 중국인이 바라보는 시선이다. 우리는 그들을 재중교포, 재중동포라고 불러야 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조선족이 아니다. 아니 사실 우리도 ‘조선’에 뿌리를 둔 조선민족이 아닌가.


필자는 숨겨진 국가라는 유태인의 네트워크와 한국인의 재외교포에 대한 시각을 비교하면서 한국을 지배하고 있는 편협한 우월주의에 일침을 놓고 있다. 정치적인 논리를 제외하고라도 같은 말을 하고 같은 문화를 지닌 동포들 덕분에 나는 이곳에서 많은 안심과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그들을 조선족이라고 칭하고 있었던 나 자신이 많이 부끄러웠다. 나조차도 그러한데 재중교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들로 점철된 한국 사회가 그 네트워크를 이어받을 자격이 되는 것일까? 본문에 중국의 한 동포학자의 격한 비판이 나온다.


한국인은 통일할 자격이 없다.
당신들이 탈북자를 끌어안아 봤느냐,
동남아에서 온 노동자들을 따뜻하게 대한 적이 있느냐,
아니면 조선족에게 따뜻한 손을 내민 적이 있느냐.



맞다. 한국은 비단 재외동포나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남녀, 노소, 지역 단위로 혐오하고 갈등하고 있다. 한국은 자격이 없다. 우리는 그럴 자격이 없다. 우리의 그 뿌리 없는 우월감과 혐오는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상대를 향해 어퍼컷을 날리고 발차기를 날리며 환호하는 한국 사회는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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