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능동 관찰기간까지 종료되어 즐거운 마음으로 나들이를 갔다. 연변 서시장으로 좌표를 잡고 연변 1중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연변에는 연변 1중과 연변 2중이 있는데 연변 1중은 중국교포(조선족)들이 다니는 곳이고 연변 2중은 중국 한족이 다니는 학교라고 한다. 내가 사는 곳은 연변 1중과 근접해 있다. 학교는 한국의 작은 규모의 대학교 수준으로 크고 건물도 무척 좋다. 우리 학교도 일반적인 한국의 학교에 비해 좋은 편인데 여기는 너무 좋아서, 솔직히 매우 부럽다.
학교 근처라 그런지 유독 문구점도 많고 큰 서점도 몇 개 눈에 띄었다. 아무 서점이나 들어가 보았는데, 교보문고 온 줄 알았다. 책 보다 예쁜 문구류가 엄청 많았다. 물론 책도 많았는데 다 중국어라서 한 글자도 읽을 수 없었다. 특히 학교 앞이라 그런지 문제집과 자습서 류가 무척 많았다. 가격은 30-50위안 정도로 쌀 5kg 값이다. 책은 비싼 편인 듯. 서점은 지하 1층, 1층, 2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2층에는 카페처럼 공부도 할 수 있고 책도 볼 수 있게 꾸며져 있었다. 문구류는 한국에서 보는 그 문구류들이다. 내가 좋아하는 붓과 벼루도 종류별로 많아서 하나 살까 하다가 나중에 사러 오기로 했다. 나의 두 손은 백화점과 시장에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백화점은 연변 1중을 가로질러가다 남쪽으로 꺾어서 통신사 건물들이 즐비한 길을 지나다 보면 나온다. 통신사 건물들만 있는 게 아니라 화웨이, 삼성, 애플, 샤오미까지 같이 있다. 샤오미는 사과를 무척 좋아해서 항상 사과 가게 옆에 붙어 있다. 백화점은 건물이 2개인데 뒤쪽은 약간 옛날 백화점 느낌이고 스타벅스가 있는 앞쪽은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물건들이 많다. 아직 건강마가 없어서 수기로 명부를 작성하고 들어갔다. 출입이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붂적이고 소형 자동차 겸 놀이기구를 탄 가족들이 눈에 띄었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수입 브랜드들이 있고 가격도 비쌌다. 가장 위쪽으로 올라가면 아이들 놀이터 같은 곳이 있는데 물고기도 잡고 별 놀이기구가 다 있었다.
격리의 끝은 스타벅스 커피로 장식하고 싶어서 굳이 스벅 매장을 찾았다. 슬프게도 내가 먹고 싶었던 메뉴는 다 팔렸다고 한다. 결국 흔한 콜드 브루 라테를 시켜놓고 창밖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잠깐 자유의 맛을 즐겼다. 스타벅스와 코카콜라는 자본주의의 상징이라는데 중국의 자본주의 맛은 어떨까? 맛은 한국에서 먹던 것보다는 별로이지만 자유의 맛은 정말 짜릿했다. 한국에 있을 때 주말마다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는 했는데 장장 6주 만에 마시는 스벅의 맛이라니, 감격스러웠다.
스벅 커피를 음미한 후 다시 시장으로 발을 재촉했다. 아니하려고 했다. 백화점을 몇 발짝 벗어나고 보니 사람들이 이상하게 지하센터로 속속들이 들어가는 게 보였다. 지하철도 아니고 무엇일까 궁금해서 따라 들어가 보았는데 그 작은 통로를 지나자 별세계가 펼쳐졌다. 엄청나게 큰 대형 마트가 지하에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이렇게 큰 마트가 이런 곳에 숨어 있었다니, 심지어 가격도 저렴하고 내가 사고 싶은 것들이 막 세일을 하고 있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열심히 쇼핑을 하고 보니 양팔이 무거워졌다. 가격은 총 99위안. 행복한 쇼핑이었다.
밖으로 나와 보니 팔도 너무 무겁고 바람도 차갑게 느껴졌다. 시장은 다음으로 기약하고 집으로 가려고 버스를 타려고 보니 곳곳에 택시가 나를 유혹한다. 결국 아무 택시나 잡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걸어올 때는 한참 걸은 것 같은데 택시로 타니 기본요금 5위안 밖에 들지 않았다. 앞으로 택시를 자주 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 먹을 것을 냉장고에 넣고 몇 개 먹었다. 마음도 든든하고 배도 점점 나오는 것 같다. 즐거운 쇼핑을 마치고 일찍 잠에 들었다. 찬 바람을 쐬어서 인지 머리가 조금 아팠다. 다음 날 PCR 검사를 한다는데 책 잡힐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원래 좋지 않은 몸은 격리 기간을 거치면서도 사실 여러 날 아팠다. 다행히 그날은 약을 먹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드디어 정식 출근을 했다. 오전에 회의를 하고 11시쯤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오후에 가두(주민센터)에 들러서 격리 해제 사인을 하고 병원에 들러서 PCR 검사를 했다. PCR 검사는 10위안(1900원)인데 너무 저렴해서 왜 그러나 했더니 비싸게 받으면 검사율이 떨어진다고 저렴하게 받는다고 한다. 집 격리 기간 동안 주당 2-3번 받았던 방문 PCR 검사 비용도 무료라서 따로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집까지 찾아오는 서비스까지 해주셨는데 공짜였다니 황송하기까지 했다. 아무튼 그렇게 주요 일과를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퇴근하라고 해서 퇴근했다. 연길은 해가 빨리 지는 편이라서 4시만 되어도 어둑해진다. 쫓기듯 집으로 돌아와서 빨래를 돌리며 내일 할 일들을 열심히 생각만 하고 있다. 내일은 몸무게를 잰다고 하는데 매우 걱정된다. 다시 일주일 전으로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하며 어제 사온 고구마 말랭이를 먹고 있다. 살은 내일부터 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