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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수업

by 수리향

숨 가뿐 주일이 지나고 휴일을 맞이해 집에서 얌전히 핵산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길시도 10일부터 모든 학교를 폐쇄하고 원격 수업에 돌입했다. 9일 밤 9시에 자택에서 통보를 받고 교장 선생님 댁에 모여서 2시간 정도 회의 후 가정통신문을 뿌리고 바로 원격 수업 체제로 돌입했다. 개학 하고 숨 돌릴 틈도 없이 원격 수업이라 놀랄 노자…는 아니었고, 사실 훈춘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였다고 하여 미리 준비하라고 교무 부장님께 언질을 받았었다. 다행히 2021년도 원격수업 운영계획서가 너무 잘 짜여져 있어서 그냥 선생님들께 텐센트(보브) 미팅 회의실 번호를 만들어 달라고 하고 업데이트만 좀 했다. 계획서가 9일 쯤 완성이 되어서 교장 선생님께 결재 올리고 룰루 랄라 퇴근했는데 그렇게 빨리 시행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아무튼 준비하고 있었던 덕에 수월하게 원격 수업으로 돌입하였고 학생 수도 적고 작년에 실시간 원격 수업을 일주일 정도 해서 그런지 원격 수업 애티켓(마이크 OFF, 카메라 ON)도 잘 지키고 위챗으로 과제 검사도 원활하고 완전 내실있는 원격 수업의 모범사례를 찍고 있다. 단점이 있다면 점심을 집에서 떼우니 식단이 부실해졌다는 점과, 종 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수업 끝나는 시간을 잘 몰라서 막 오바해서 수업을 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다른 선생님들도 원격 수업을 어느 정도 해보셨는지 빠르게 적응하였고, 평소 교실 TV 미러링을 자주 사용해서 테블릿이나 컴퓨터 자료를 사용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자료 준비 같은 자잘한 것은 느끼지 못한 사이 준비되어 있었던 것 같다. 나도 이 학교 와서 아이패드와 TV를 미러링 해서 수업을 자주 하게 되어서(교과서와 자료가 너무 많아 들고 다닐 수가….) 아이패드 안에 교과서와 자료 PDF 다 넣어두고 원드라이브와 연동까지 다 되어 있는 상태라서 별다른 준비 없이 수업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곳은 학생 수가 적어서(한 학년에 5-12명 정도) 원격 수업 때 반드시 카메라를 켜고 수업을 한다. 가끔은 마이크를 켜기도 하고, 한 반에 20-30명 씩 있는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확실히 학생 수가 적으니 실시간 수업이 더 내실있게 이루어진다는 느낌이다. 나는 노트북으로 강의실을 열고 아이패드로 다른 계정으로 접속해서 수업을 한다. 노트북으로 학생 얼굴을 확인하고 아이패드로 화면 공유하며 수업 하니 확실히 ‘실시간’ 수업의 느낌이 많이 든다. 확실히 10명 을 기준으로 실시간 수업의 질이 확 달라지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사실 교실 수업에서도 10명과 20명의 차이가 참 커서, 한국의 교실이 얼마나 열악한지 조금씩 깨닫고 있다.


물론 그건 학생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고, 교사에게는 한국이 더 천국이다. 이곳 중등 교무실에는 한국인 교사가 7명이다. 아직 귀국하지 못한 교사가 2명 있지만 그렇다고 한들 9명이다. 한국에 있는 학교의 부서 수가 10개는 넘고 부장이 10명은 넘는다는 것을 상기하면 교사 1인당 떨어지는 일이 2–3개 부서의 일이라고 보면 된다. 게다가 나의 경우 수학 교사가 나 혼자라서 나 혼자 수학과 일을 다 하고 있다. 물론 여기는 한국의 학교에 비해 공문서가 거의 없고 문서 자체가 간소화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한들 일반 부서들의 업무나 학교 행사, 교육과정과 평가에 대한 업무가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행사도 많고 운영 계획서 같은 기안도 엄청 꼼꼼하게 잘 써야 한다. 거기에 여러 학년, 여러 과목 수업에 들어 가야 하니 한 마디로 몸이 10개라도 모자란 상황이다.


주말에는 그나마 좀 짬이 나서 밖에 좀 돌아 다니고 교재 연구도 하고 그러는데, 이번 주말은 전 주민 핵산 검사가 예정 되어 있어서 얌전히 외출 금지하고 집에 있어야 한다. 도대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가 싶어서 공지를 읽어보니 연길시에 확진자가 1명 발생(…). 뭐 오미크론 확산세를 보아 퍼지는 건 시간 문제이겠지만, 1명 때문에 이렇게 화창한 날 꼼짝 없이 갇혀 있어야 하다니 눈물이 찔끔 나왔다. 미리 생필품이랑 물이랑 과일 많이 사두어서 좀 다행인 것 같다. 빨리 학교 폐쇄가 풀리기를 기도하며 주말에 열심히 수업 준비나 하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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