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된 도시에서의 주말

by 수리향


봉쇄된 연길시에서 처음으로 주말을 맞이했다. 오늘은 봉쇄 중 장보기가 가능한 날 1일 차이다. 오늘, 내일 주말 양일 간 마트들이 문을 열고 아파트에서 미리 지급했던 출입증 카드를 들고나가 장을 볼 수 있다. 8시부터 러시의 시작인데 꽤 부지런한 나는 7시 반에 단지 안 마트로 향했다. 하지만 연길 사람들은 나보다 부지런한 편이라서 마트 안은 이미 인산인해였고 진열대는 반쯤 비어 있었다. 다행히 야채, 과일, 물 등은 충분한 편이라서 일단 들고 올 수 있을 만큼 열심히 주어 담아서 왔다. 단지 밖으로 나가지 않아서 출입증은 쓸 필요가 없었다.


집에 한번 들른 후 아파트 밖으로 나가려 보니 한쪽 출입문은 자물쇠로 잠겨 있고 반대편 출입문에는 사람들이 나란히 줄을 서 있었다. 하루 한잔 라테를 위해 우유를 사러 나갈까 잠시 고민하다 그냥 집에 들어왔다. 라테 안 먹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많이 먹으면 배탈만 나는데 굳이 봉쇄를 뚫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우유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양보하자.


그날 단지 밖에서 장을 본 많은 선생님들이 길상마가 없어서 마트에서 거부를 당했다고 한다. 어차피 나갔어도 헛걸음이었다는 이야기이다. 길상마는 연길시의 건강 앱인데 한국의 QR 코드라고 생각하면 된다. 3월 10일 이후로 총 5번의 코로나 검사를 했는데 외국인이다 보니 전산 등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마지막 18일 검사 하나만 겨우 Health Kit앱에 들어와 있다.


헬스킷은 베이징 올림픽 때 외국인을 위해 만든 앱 같은데 문제는 여기서는 길상마 밖에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지 내 마트가 있어서 다행이지만, 봉쇄가 장기화된다면 길상마 없는 나 같은 외국인은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정 안 되면 학교에서 길상마 있는 선생님이나 직원 분께 장을 봐달라 하면 되겠지만, 외국인이라 서러웠다.


봉쇄가 얼마나 길어질지. 대부분 한 달 정도는 간다고 하고 봉쇄가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어서 코로나가 풀려서 급식도 먹고 교정도 거닐어 보고 싶다. 지겨운 코로나, 어서 물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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