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고 있다. 엄격했던 봉쇄 정책은 이제 다소 완화되어 편의점과 대형 마트가 문을 열었다. 단지 밖을 나갈 때만 한 가구 당 1개 주어지는 출입증이 필요하고 물건을 살 때에 길상마 없어도 전화번호 적으면 받아준다고 한다. 어제, 극한의 봉쇄를 염두에 두고 한 달치 식량을 비치해둔 나는 김이 빠졌다. 혹시나 저녁때 마트에 가서 ‘내일 문을 여나요?’ 물어보았는데 당연히 연다고…. 저 많은 식료품을 언제 다 먹지 싶은데, 갑자기 엄청 맛있는 음료수가 생겨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마트에 다녀왔다. 역시나 마트는 문을 열었지만 내가 사고 싶은 음료수는 찌그러진 채 덩그러니 서있었다. 마트 주인 분도 열심히 진열대를 채우는 것 같은데 물과 야채 같은 생필품이 1번이라서 슬프지만 내가 좋아하는 기호식품은 후순위로 밀리는 것 같다.
중국에는 맛있는 음료수가 많은데 나는 빙홍차, Dayao 같은 음료수를 주로 마신다. 어제 발견한 것은 살구씨로 만든 우유인데, 아몬드 브리즈에 살구씨향을 섞은 것 같다. 고기를 못 먹는 관계로 이런 단백질 음료를 잘 마셔주어야 해서 한국에 있을 때는 항상 99.98 두유를 박스 째로 쟁여두고 먹었는데 여기서는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몰라서 우유를 먹었던 것 같다. 이제 내 입맛에 맞는 두유 대용품을 찾아서 기쁘다. 사실 중국의 두유는 또우장이라고 매우 유명하다. 나도 분말로는 있는데 그게 액상으로 파는 두유와는 맛이 달라서 커피에 타 먹기 좀 애매하다. 출근길 포장마차에서 사 먹곤 했는데 출근을 하지 못하니 당분간은 먹을 수 없다. 얼핏 보니 두유 제품도 파는 것 같은데 아직 시도해보지 못했다. 아무튼 그렇게 살구씨 우유랑 신라면 5봉짜리를 사서 돌아왔다.
집에 가는 길에 좀 산책을 했는데 오전 운동을 하러 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아파트 단지 문을 봉쇄한 것이지 아파트 현관을 봉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낮에는 아파트 정원에서 배드민턴도 치고 킥보드도 타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평소와 다름없는 여유가 느껴졌다. 여기 처음 와서 호텔과 집 안에 완전 격리되었을 때는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었는데 단지 봉쇄는 그래도 할만한 것 같다. 아니 그전에 비하면 천국이라고 할까?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