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세

by 수리향

오늘은 6차 핵산 검사를 받았다. 참 운 좋게 공강 때 불려서 마음 졸이지 않고 줄을 섰던 것 같다. 이 아파트는 중앙 방송 시설이 없고 전달 사항은 위챗으로 하고 급하면 복도에서 소리를 쳐서 전달한다. 내려오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100 미터 달리기를 했더니 거의 앞줄에 서서 검사가 금방 끝이 났다. 핵산 검사는 호텔 격리 때와 달리 줄곧 입으로 해서 더는 코가 헐 일은 없다.


출근을 할 때는 퇴근길에 상점이나 길거리 투어라도 했는데 격리 상황이다 보니 할 게 참 없다. 수업을 마치고 4-5시쯤 이른 저녁을 먹고 교재 연구를 하다 9시 알람이 울리면 영화를 보며 빨래를 돌린다. 이곳은 무척 건조해서 밤에 빨래를 널어두어야 잘 때 목이 건조하지 않다. 신선한 빨래가 거의 완성되면 다락방 잠자리 근처에 대충 널고 빨래를 개고 잠자리에 든다. 잠자리 들기 전에 와이파이 공유기도 끄고 잔다. 데이터가 아까운 게 아니라 전기세가 아까워서....


이곳은 전기세가 비싸다. 저번 달에 전기세만 한 달에 150위안이나 나와서 기겁했었다. 전기세는 위챗 서비스에 코드를 입력하면 확인할 수 있는데 아무리 아끼고 아껴도 일주일에 10위안은 쓰는 것 같다. 전기세를 가장 많이 잡아먹는 게 온수기인데 덕분에 샤워하기 1시간 전에만 틀고 샤워 끝나고 바로 끄고 있다. 분명 온수기에 데우기 예약 기능이 있는데 나는 아무리 맞춰봐도 안 되어서 수동으로 켜고 끄고 있다. 온수기뿐 아니라 밥솥이나 전기포트도 거의 안 쓰고 밥 할 때 제외하고는 다 가스를 사용한다.


낮에는 가뜩이나 비싼 전기세가 2배라서 전자기기 충전할 때도 일단 시계를 먼저 보고 저녁 9시 넘어서야 전기세 하마인 TV를 켠다. 업무를 위한 노트북과 인터넷은 낮에 예외이지만 학교 다닐 때는 출근 전에 다 전원 코드 빼고 갔었다. 쓰고 보니 생활에 루틴이 전기세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 한국에 있을 때는 가장 만만한 게 전기세였는데 여기서는 상전이 따로 없는 것 같다. 전기는 귀한 거라는 사실을 몸소 깨달으면 중국에서의 하루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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