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중독

by 수리향

평화로운 연길시에 아침이 밝았다. 어제 저녁부터 두통에 시달리더니 오늘 아침에는 머리가 두 쪽으로 쪼개지는 고통과 함께 일어났다. 샤워를 한 뒤 환기를 위해 창 밖을 보니 함박눈이 나리고 있었다. 격리 중 사람 구경이 취미인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차 한 두대만 씽씽 달리고 있었다. 연길시는 얼마 전부터 부분 봉쇄에 들어가 새벽과 밤 시간에는 차가 오갈 수 있다. 곧 차량 통행이 제한될 시간이니 차들이 갈 길을 재촉하는 것도 당연하다.


창을 열고 모카포트를 가스레인지에 올리고 보니 가스밸브가 열려 있었다. 창을 통해 차가운 공기가 들어올수록 곧 잦아드는 두통을 느끼며 가스 중독의 무서움을 몸소 깨달았다. 앞으로 가스밸브는 정말 잘 잠그고 살아야 겠다.(아까운 내 가스…) 아침 공기가 신선한데 나가서 산책을 하고 싶지만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나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제 6차 핵산 검사 이후 딱히 아무 공지가 없는 것으로 보아 상황이 나빠지지는 않은 것 같다. 바로 봉쇄 해제는 안 할 것 같고 다다음 주면 그래도 봉쇄를 풀어주지 않을까 기대 중이다. 날짜를 체크해보니 4월에 봉쇄 해제되면 수행평가부터 폭풍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온라인 기간에 너무 퀴즈로 굴려서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수학이나 컴퓨터로) 놀아주는 시간도 필요할 것 같다.


오늘은 집세를 내는 날이다. 봉쇄가 길어질수록 월급도 못 받고(은행 봉쇄) 집세 낼 돈도 점점 줄어드는데 걱정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고 싶은 건 많아져서 어제저녁에는 살구씨 우유를 한 박스나 사 왔다. 오는 길에 보니 하얀 텔레토비들이 아파트를 돌며 열심히 방문 핵산 검사를 하고 있었다. 접촉자 아니면 다른 지역에서 이사 온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 같은데 원래는 오전 중에 끝나는 방문 검사가 인력 부족으로 밤까지 계속되는 것 같다. 이래저래 코로나 때문에 여러 사람 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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