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by 수리향

원격 수업이 한 주 더 낙점되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조금 씁쓸하다. 날은 많이 풀려서 눈도 완전히 녹고 하늘은 가을 하늘처럼 구름 한 점 없이 파랗다. 오늘부터 봉쇄가 더 완화되어 은행, 음식점, 문방구점, 애견샵 등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여는 것 같다. 물론 학교는 포함이 되지 않으며, 음식점도 배달만 가능하다. 이 때다 하고 모든 음식점들이 문을 열고 배달 기사들의 행렬이 줄을 지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곳 사람들은 성정이 느긋한 것 같다. 음식점은 반 정도 문을 닫았고 배달 기사님들이 돌아다니긴 하지만 아파트 단지 문에 물건 받으려는 행렬은 볼 수 없었다. 내 생각에 음식 시키는 것보다는 음식 사러 외출하는 것을 더 선호할 것 같고, 음식을 시키고 싶어도 집에 너무 음식이 많이 남아서 못 시키는 게 아닐까 싶다. 나처럼….


일주일 전, 한 달 치 식량으로 가득 찬 나의 냉장고는 이제 식료품 썩는 냄새로 아우성이다. 먹는 속도가 썩는 속도를 못 따라잡아서 그냥 버리는 것도 있지만, 생각보다 과일 야채의 생명이 질겨서 아직 잘 먹고 있다. 가장 수명이 짧은 건 만토우나 옥수수 면 같은 곡류인데 결국 곰팡이 슬은 것은 버리고 다시 한번 쪄서 냉동실로 직행했다. 냉동실도 자리가 많지 않은데 다행히 옥수수 칸만이 반쯤 비워져 있었다. 생각해보니 격리 뜨고 먹은 게 대부분 옥수수, 사과, 커피, 계란이었다. 영양 불균형이 생기지 않은 게 신기하다.


그래도 이제 코로나 확진자가 0이라서 다행이다. 솔직히 폐가 좋은 편도 아니고 면역력은 거의 0에 수렴하는데 여기서 코로나라도 걸리면 나는 송장 치러서 관 째 추방당할 것 같다. 그동안 모든 검사를 패스한 것이 참 운이 좋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곳은 코로나뿐 아니라 대부분의 감염병 질환에 대하여 매우 엄격해서, 그렇게 긴 격리 기간을 거치고도 1년짜리 거류증을 받기 위해 무지하게 엄격한 건강 검진을 받았다. 마지막에는 TV에서나 보던 초음파 검진기 까지 나오더니 나를 요리조리 굴려가며 폐 부분을 샅샅이 흩어 보았다. 오래전에 폐병을 앓은 적이 있어서 허연 폐섬유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쫓겨나지 않고 거류증이 잘 발급된 것을 보니 별다른 이상은 없었던 것 같다.


만약 코로나가 확진되면 쫓겨나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향후 비자 발급이나 거류증 발급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다. 그리고 한번 코로나가 걸린 사람은 중국에 입국하기 힘들다. 중국 입국 전 혈청(피) 검사에서 이전 코로나 감염 여부가 나오는데 그렇게 확진이 뜬 사람은 비자 발급도 되지 않고 비행기도 탈 수 없다. 만약 이미 비자를 발급받았다면, 그 초청장을 발급한 기관에서 불이익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확진 후 6개월은 기본적으로 입국이 불가능하며, 6개월 뒤에도 항체가 남아서 혈청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는 경우도 역시 입국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사실 코로나뿐 아니라 초청장 발급을 위해서는 체내에 어떤 바이러스나 균도 없고 건강한 상태라는 것을 증명해야만 초청장이 떨어지고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아무튼 비실비실한 나도 다행히 모든 검사를 통과해 거류증을 발급받고 그래도 준 연길 시민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관공서가 닫아서 거류증이나 비자도 연장 못한 분들도 많다. 불법 체류자가 되는 것이 이리 순식간이구나 싶으며, 고달픈 외국인 노동자의 신세를 다시금 깨닫는다. 생각해보면 생전 처음 외국인이라서 겪어 보는 이 상황이 웃기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하지만 오래 지속되는 건 절대 사양하고 싶다. 앞으로 불법체류자에 대한 뉴스를 보면 깊은 이해를 느낄 것 같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임금 체불 기사가 뜨면 막 동병상련을 느낄 것 같다. 은행도 열었는데 월급이 빨리 들어오면 좋겠다. 오늘도 외국인 노동자의 하루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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