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절

봉쇄 끝

by 수리향

청명절이 밝았다. 이곳은 말 그대로 하늘이 푸르고 맑은 날이 지속되고 있다. 세상에 이렇게 날씨가 좋을 수 있나 싶을 정도인데, 그래서 청명절인가 싶다. 중국은 오늘(4월 2일)부터 4월 5일까지 청명절 휴일이다. 날이 맑다고 휴일을 이렇게 통 크게 주다니 역시 대륙의 스케일이 다르구나 싶다. 연길의 하늘은 푸르고 도로에는 차들이 길에는 사람이 가득하다. 기쁘게도 어제, 4월 1일부터 기나 긴 봉쇄가 해제되었다. 물론 모두 해제되는 것은 아니고 인구 밀집 시설인 학교나 종교 단체는 문을 열지 못한다. 하지만 건물 자체는 볼일이 있으면 들어가 일도 볼 수 있고 들리는 소문에는 청명절 끝나면 곧 학교도 등교 가능할 것 같다고 한다. 사실상 봉쇄 종료로 보인다.


출입증 없이 외출을 할 수 있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 나도 기쁜 마음에 공강 시간을 빌어 잠시 아파트 밖을 서성여 보았다. 날이 너무 맑고 푸르러서 날씨마저 코로나 봉쇄 종료를 축하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의 마음도 다들 그렇게 즐거운지 맛있는 간식을 손에 쥐고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도로에는 차가 지나다니고 포장마차에 간식을 사러 줄을 선 손님들이 보인다. 나는 취두부 간식을 사 먹고 싶었는데 곧 들어가야 하는 몸이라 그냥 잠시 구경만 했다. 간식 하나 사들고 동산에 소풍 가면 딱 좋을 것 같다. 생각해보니 그러라고 휴일을 4일이나 준 것이 아닌가? 주말에 간식을 사들고 나들이라도 가야겠다.


월급도 들어왔다. 며칠 전 은행 봉쇄가 풀리자 부지런한 행정실 주무관님이 월급 명세서를 보내주었다. 한국돈으로 환산해보니 한국에서보다 100만 원 정도 더 받는 것 같았다. 위안화 환율이 올라서 그런 것도 있고 이곳은 15년 차 이하는 한국에서보다 페이가 센 것 같다. 물론 그만큼 일이 많기는 하다. 한국에서 교직원 80명이 하는 일을 여기서는 6-7명이서 분담해서 하고 있고 수업도 4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한번 수업 자료 만들면 주야장천 써먹었는데 여기서는 1시간 사용하고 폐기 순이기 때문에 수업 준비도 매일 해야 하고. 처음에는 사람이 이걸 어떻게 다 하지 싶었는데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라 닥치면 다 하더라. 덕분에 시간이 엄청 빨리 가는 것도 있다. 다른 건 신경 쓸 여지가 없다고 할까? 다행인 건 그래서 격리 기간 동안 심심할 일이 없었던 것 같다.


코로나 없고 날씨도 좋고 게다가 휴일이니 이건 천국이 따로 없다. 게다가 월급도 들어왔으니 이제 플렉스 할 일만 남았다. 물론 돈은 소중하므로 과소비는 금물이지만 그래도 첫 월급 기념으로 봄 코트를 샀다. 한국에 옷 중 두꺼운 옷은 겨울 패딩만 챙겨 와서 간절기 때 입을 옷이 너무 없다. 나는 좀 두꺼운 걸로 사고 싶었는데 이곳 사람들은 나와 추위의 개념이 다른지 정말 얇은 옷들만 추천한다. 사실 중간 급으로 사고 싶은데 이곳 옷에는 중간이 없다. 너무 얇거나 너무 두껍거나 둘 중 하나다. 며칠 뒤면 많이 더워질 거라고 하는데, 북간도 사람들의 체감 온도가 나와 비슷할지 조금 의문이다. 그래도 몸도 가볍고 마음도 가벼우니 더 바랄 게 없다. 그냥 매일 이대로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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