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소감

by 수리향

잘 쉬고 있다. 봉쇄 동안 멀쩡하던 몸이 봉쇄 끝나고 연휴 시작하자마자 갑자기 아파주셔서 그냥 방콕하고 쉬고 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시험 기간이나 프로젝트 마감 기간이 끝나면 귀신 같이 몸이 아파주시는 것이, 몸도 누울 자리 나기를 기다렸다가 눕는가 보다. 다르게 말하면 봉쇄 기간도 내 몸이 느끼기에는 극한 상황이었나 보다. 뭐 별일 없었지만 그래도 알게 모르게 심신에 큰 스트레스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덕분에 연휴 내내 누워서 책도 보고 쿠키도 굽고(먹는 쿠키 아니다) 꿀잠도 자고 있다.


중국의 봉쇄를 겪으며 느낀 점도 많은데 첫 번째, 한국의 언론이 말하는 것과는 반대로 이곳의 코로나 정책은 매우 철저하다는 것이다. 나도 중국에 오기 전에는 ‘발표한 것보다 더 많은 확진자가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겪어보니 시 정부에서 발표하는 것 이상의 확진자가 절대, 절대 나올 수 없다. 정말 철저하게 지나가던 고양이까지도 발본색원하는 곳인지라, 시 정부가 그렇다면 그것이 맞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시 정부가 그렇게 하라면 사람들도 그냥 그렇게 한다. 한국이었으면 광화문에 진을 치고도 남을 일인데 허허허….


두 번째, 봉쇄 상황에서 어려운 식료품 유통을 잘 조절한 것 같다. 나도 처음에는 말로만 듣던 중국의 봉쇄 정책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 방콕 하다 굶어 죽는 상황이 생길까 봐 가장 무서웠다. 그것은 현지인들도 비슷해서 봉쇄 명령이 떨어지자 마트에 식료품 품귀 현상이 일어났다. 그렇게 살 필요가 없는데 기약 없는 봉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완전 봉쇄는 5일 정도밖에 없었으며 마트의 식료품은 신기하게도 첫날 이후 ‘품귀’인 적이 없었고 ‘바가지’인 적도 없었다. 생각보다 시정부에서 식료품 유통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그런가 생각했는데 봉쇄 10일이 지난 이후로는 사람들 사재기도 전혀 없어지고 해서 그때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 겪어 보니 모든 봉쇄는 끝이 있더라. 2년 전, 역사책에서나 배우던 ‘역병’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맞닥뜨리고, 역시 역사책에서만 보던 역병에 의한 마을 봉쇄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당해보니 인간이 참 별 것 아니구나 싶다. 다행히 끝날 것 같지 않았던 봉쇄는 20일로 막을 내렸다. 봉쇄의 시작을 지옥으로 포장해 나가는 언론을 보면서 약간 웃기기도 하고, 그 봉쇄와 방역 유지를 위해 애쓰는 이들이 참 많고 평온한 봉쇄를 보내는 이들도 많은데 조금은 정확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통제가 맞을까 자유가 맞을까 대목에서는 나도 아직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것 같다. 물론 봉쇄로 지옥을 겪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다른 편에서는 질병으로 인해 지옥을 겪는 사람도 있을 테니 말이다.


통제든 자유든 한 사회가 선택을 했다면 그에 대한 일장일단이 있고 그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그 사회가 지는 것 같다. 현재까지 코로나에 완벽한 대책은 없었으며 그러기 때문에 서로 다른 사회의 시스템을 비하하거나 비교하는 것은 다소 유치한 일인 듯 싶다. 어떤 선택이든 그 사회의 시스템과 그 사회가 가진 역량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합의 내지 최선의 선택인만큼 구성원은 그 안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솔직히 2년 전 코로나 소식을 듣고 곧 끝나겠지 했던 것이 이렇게 길고 지루하게 우리의 삶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것에 많이 놀라고 있다. 그래도 거리에 차 소리와 사람들 웃음소리가 들리니 다행이다 싶다. 아직 장춘에는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고 하니 또 다른 코로나가 고개를 들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안심하며 봄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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