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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준비

by 수리향

비가 온다. 비도 오고 곧 몸도 불편해질 예정이라 즐거운 노동절 연휴를 즐기기는 글렀다. 왜 청명절과 노동절은 한 달 주기로 있는 것일까. 오전에 일주일에 한 번 받아야 하는 핵산 검사를 받고 아침 겸 점심으로 닭가슴살 샐러드를 배달시켰다. 곧 개학이라 이제 몸 관리를 해야 한다. 봉쇄가 해재된 지 거희 한 달이 다 지나서야 학교를 열어 주다니 감개무량하다. 이곳의 학교들은 연길시에 속한 것이 아니라 길림성에 속하기 때문에 길림성 내의 장춘시에서 계속 확진자가 폭증하는데 함부로 열기 어려웠던 것 같다. 아무튼 장춘시의 확진자 수도 줄어들면서 장춘 공항도 열리고 학교도 열리게 된 것이다.


학교 봉쇄로 일정들이 밀린 것들이 많은데 늦게나마 열려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출근이 제한되었다고 일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고 원격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하고 있고 여전히 일도 많다. 아직 보지 않은 중간고사 출제도 그렇고 12학년 AP가 있어서 준비시키는 데 애를 좀 먹었다. 물론 한국의 수능과 달리 AP는 무척 퓨어한 문제들이라 마음은 편하지만 문제는 진도를 다 나간 것이 아니라서…. 내용이 너무 많은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슬픈 일이다. 국제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특례 전형으로 대입을 치르는데, 이 대입에서 AP와 토플, HSK 점수가 들어간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의 교육과정에는 토플도 있고 AP도 있고 그렇다. 게다가 중국이므로 중국 원어민(아니 현지인) 교사들도 많고 중국어 시수도 많다. 당연히 HSK도 6급이 넘쳐나고….


하지만 내가 대입을 치르는 것은 아니므로 HSK를 공부할 필요도 없고 그냥 간단한 회화 정도만 할 줄 알면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이곳에서 필요한 것은 위챗 페이, 중국 전화번호 그리고 길상마뿐이다. 이것들만 있으면 사는데 지장이 없다. 물가도 저렴해서 사실 월급은 아직 못 건드리고 입국하고 올 때 환전한 돈들로 아직 연명하고 있다. VPN 문제로 볼 수 없었던 한국 콘텐츠들도 살다 보니 해결되어 한국 드라마를 한국에 있을 때보다 많이 보고 있다. 다들 어려울 거라고 했던 외국 생활은 살아 보니 호텔 격리 외에는 그렇게 힘든 일은 없는 것 같다. 매일 살아가며 배우는 것도 있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도 적당히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요즘은 어학 성적을 좀 만들어 놓아서 남은 교직 생활은 해외 학교를 돌아보는 게 어떨까 생각 중이다. 그렇게 살다가 정년을 맞이 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일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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