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얼마 전 고등수학능력시험인 까오카오(高考)가 끝났다. 집 바로 앞이 연변 1중인데 연이어 이틀 동안 공안이 교통을 통제하고 아파트 광장에는 수험생을 기다리는 가족들로 북적였다. 이 시험 덕분에 12학년(고3) 학생들은 코로나 창궐(?)에도 불구하고 계속 등교가 가능했는데, 덕분에 본교의 고3 학생들도 학기말고사를 무사히 치렀던 것 같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가을 학기제이기 때문에 이번에 졸업하는 학생들은 가을에 대학생이 된다. 까오카오를 위해 방학과 주말 없이 공부한 학생들이 시험이 끝난 후 수레에 책을 한가득 싣고 버리며 홀가분해하는 모습을 보며 대입 스트레스는 한국이나 중국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느낀다. 연변 1중은 연변에서 가장 공부를 잘한다는 학생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에 이곳을 졸업한 학생들은 대부분 베이징대나 칭화대 같은 중국의 유명 대학에 들어간다. 물론 요즘은 까오카오도 중어로만 치르고 소수민족에 대한 가산점이 없어져서 베이징대에 들어가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한국학교에서도 얼마 전 12학년 기말고사가 끝났다. 기말고사를 치르고 나서 한국의 재외국민 특별전형을 준비하는데 기말 끝나고 시기가 매우 촉박해서 12학년 담임 선생님은 이 시기가 가장 바쁘다. 학생들은 3년 특례 아니면 12년 특례로 나뉘는데, 3년 특례 학생들은 곧 출국해야 해서 매우 바쁘고 12년 특례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한가하다. 시험이 끝나고 남은 수업 시간은 대부분 자습을 주거나 입시 준비를 하는데 나는 그냥 놀게 두기 좀 뭐해서 3D 모델링을 가르치고 있다. 이전 학교에서 3D에 심취해서 매일 좁은 3D실에 박혀서 살았는데 어느 과학고 교사가 3D 프린터 때문에 암에 걸렸다는 정체불명의 사건 이후로는 교육청에서 하도 난리난리를 치고 주변에서도 말려서 3D실에 발길을 끊었었다. 나도 웬만하면 그냥 귓등으로 듣는데 그곳이 환기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좁은 공간이라 건강이 걱정되기도 했다. 그 이후로 오랜만에 하는 것 같은데 그 새 프로그램도 바뀌어서 다시 공부하는 마음으로 새 프로그램 라이선스로 받고 유튜브 강좌 보며 즐겁게 공부하고 있다.
아직 암 보험도 못 들고 해서 처음에는 3D 모델링만 하려고 했는데 이게 화면상의 모델이 실제 출력되어 손에 쥐게 되었을 때의 쾌감이 매우 큰지라 하다 보니 자꾸 뽑게 되더라. 그렇게 자꾸 유해 분진을 마시는 것 같아서 걱정되지만 방학 때까지만 반짝하는 건 별 이상 없지 싶다. 이곳의 무한상상실에는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팅기가 있는데 다들 사용할 줄 몰라서 그런지 대부분 텅텅 비어 있다. 나도 수업과 일에 바빠서 동아리 때 아두이노 한다고 잠깐 들어가기만 했는데 이제 시간이 좀 나서 이것저것 만지고 있다. 학생들은 그동안 누가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어서 스스로 찾아가면서 뽑아 보았다는데 생각보다 꽤 잘한다. 하지만 역시 체계적으로 누가 알려준 적이 없어서 막히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하나씩 알려 줄 때마다 입시에 들어가는 것이 아님에도 재미있어하고 열심히 참여하다. (사실 이게 재미없기가 쉽지 않다..)
아무튼 입시철이지만 내가 입시를 하는 건 아닌지라 평온하게 지나가고 있다. 한국 학생도 중국 학생도 다들 열심히 한만큼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대학 나온 후 원하는 데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그건 나중에 알아도 늦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