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에 오면 빠질 수 없는 곳이 바로 진시황릉이다. 시안에 온 목적이 진시황릉이었던 것만큼 하루를 온전히 비우고 구경하려 한다. 진시황릉은 시안 시내에서 승용차로 약 40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9호선 화청지역에서 602번 버스를 타면 된다. 근데 602번 버스가 배차 간격이 좁아도 화청지역까지 거리가 이미 상당해서 총 2~3시간 정도 시간이 걸린다. 나는 가는 길은 택시를 타고 오는 길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택시비는 톨게이트 비용 포함 150위안 정도 나왔다.
비가 오다 말다 하늘이 잔뜩 찌푸렸다. 진시황릉이 아닌 병마용 박물관에 왔는데 진시황이 마중 나왔다.
어서 오너라
진시황릉은 리산에 있는데 발굴을 하지 않아서 그냥 등산이나 다를 바 없다.(무리한 발굴을 하면 무너질 수 있다고.) 그래서 사람들은 거기 안 가고 다 병마용 박물관으로 온다. 병마용 박물관은 120위안이고 진시황릉 등산은 70위안이다. 서로 1.5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택시로 기본요금 5위안 밖에 안 나오니 궁금하면 한번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어리바리한 한국인임을 들키면 호갱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하자.
표 사자
병마용 박물관은 1관, 2관, 3관, 기타관(이름을 모른다)으로 나뉘는데 1~3관은 병마용을 전시하고 기타관은 발굴 일기와 세계 각국 정상들의 방문 장면이 나온다. 1~3관 중 1관이 가장 보존 상태가 좋아서 사람이 우글우글하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시안 시민들이 일은 안 하고 죄다 병마용 보러 온 것 같다.
병마용 박물관에서는 특이하게 병마용이 묻혔던 그 자리 그대로를 전시한다. 보통 무덤에서 유물을 꺼내 전시실로 가져다 놓는데 여기는 유물이 묻힌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다. 이러한 전시 방식은 예전에 난징 전쟁사 박물관에 갔을 때도 보았는데 그때 느꼈던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1관 병마용
자세히 보면 병사들 마다 얼굴, 복장, 손가락 모습까지 다 다르다.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인 것이 정해진 틀이 있어도 복붙 하기 힘든데 하나하나 장인의 정신으로 만든 것이다. 이렇게 열심히 병마용과 무덤을 만든 장인들은 순장돼서 뼛조각으로 발견되었다. 덕분에 BC 200년 전의 무덤이 AC 1974년에 발견되어 진나라의 흔적을 알게 해 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2관 병마용
2관은 여기저기 목이 잘린 병마용들이 있고 완전히 부서진 것들도 있다. 덕분에 사람들이 가장 적어서 편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부서진 한 조각도 소중한 유물이니 그대로 잘 보존되면 좋겠다.
3관 병마용
3관에는 아무것도 없다. 다 어디 간 거야 슬퍼했는데 발굴 현장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근데 여기도 인기가 많은 것이, 바로 병마용을 코 앞에서 볼 수 있게 전시해놓은 것이다. 가까이서 보니 딱 사람 모습이라 주문을 외우면 뚜벅뚜벅 걸어 나와 화려한 무예를 펼쳐 보일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유리벽 너머의 병마용을 찍기 위해 치열한 몸싸움 중이다...
병마용 관람이 끝나고 602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가려 했다. 돌아가서 처리할 일이 있어서. 근데 갑자기 뾰로롱 해결되어 시간이 남아 화청궁을 보러 가기로 했다. 화청궁은 9호선 화청지역에 위치해 있어 병마용 보는 길에 들리면 딱 좋다.
화청궁은 당나라 현종이 양귀비를 위해지어 준 온천 궁으로 곳곳에 양귀비와 현종의 사랑 이야기가 묻어나 있다. 입장료는 120위안이고 뒤의 여산을 타고 케이블카 타는데 90위안인가 더 든다. 나는 산 탈 마음이 없어서 궁만 구경했다.
양귀비
때마침 아침부터 오락가락하던 비가 딱 멈추고 하늘이 파랗게 개었다. 사진은 잘 받는데 더워서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와 무릉도원
현종은 이런 무릉도원에 선녀 같은 양귀비와 같이 놀았다니 천국이 따로 없었을 것 같다.
산과 하늘과 화청궁이 어우러져 환상의 샷을 건진 것 같다. 궁만 달랑 있었으면 멋없었을 텐데 산과 하늘이 다 했다.
산도 예쁘지만 버드나무가 산들바람에 사르르 흔들릴 때마다 환상적이다. 한국 가면 버드나무부터 심어야겠다.
건물은 얼핏 봐도 천년 된 건물은 아니다. 실제 화청궁은 안녹산의 난 때 다 타버리고 후대에 재건된 것이다.
고대 한어로 된 비석도 많다. 또박또박 체도 있고 일필휘지 체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후자가 더 멋있다.
밖에 나오면 광장에 양귀비와 현종이 춤을 추고 있다. 현생에 못다 한 춤 다음 생에서 실컷 추시오. 나는 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