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련 뤼순 관동법원 - 중산 광장 - 러시아 거리
2022.08.08.
아침에 대련 역 앞의 호텔에 짐을 풀고 뤼순항으로 출발했다. 뤼순은 대련역에서 지하철을 2호선-1호선-12호선, 3번이나 갈아 타야 도착할 수 있다. 일단 대련 지하철역에서 대련 교통카드를 만들고 출발했다.
12호선 뤼순 역에 내리니 무궁화가 만발해 있다. 뤼순 역 바로 앞에 오토바이가 엄청 많았는데 외국인 여권으로는 등록이 안 되었다. 나는 걸어 가보았는데 관동 형무소까지 택시로 12위안이면 충분하니 그냥 택시를 타자.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관동 형무소는 월요일이 휴관이란다. 나 말고도 많은 이들이 허탕을 치고 돌아갔다.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20분 거리에 위치한 관동법원으로 가보았다. 웬 병원이 있는데 같이 있어서 신기했다. 알고 보니 해방 후 병원으로 사용했다가 한국에서 부지를 빌려 복원했다고 한다.
들어가 보니 휴관도 아니고 다들 한국말도 너무 잘하시고 한국인인 걸 아시고 특별히 안내도 해주셨다. (감격)
안중근 의사가 재판을 받던 곳이다. 이런 역사적인 곳에 내가 서 있다니 감격했다. 당시 하얼빈의 의거는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인 이슈라서 저 좁은 재판정에 300 명의 사람들이 앉거나 서있었다고 한다.
오는 길에 안중근 재판정 참관기와 동양평화론을 보다 와서 감회가 남다르다. 당시 우덕순이 채가구에서 이토를 암살하려 하나 실패하고 그 덕에 하얼빈역에 정차하면서 안중근 의사의 의거가 성공하였다. 하얼빈에서 관동 법원까지 이송된 안중근은 재판에서 자신이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것은 단순한 살인이 아니며 동양 평화를 위한 일이었다며 국제법 상 재판을 받기 원한다고 탄원한다. 안중근의 변호사는 안중근이 이토에 대해 잘못된 사상을 가지고 있어 교화를 시켜야 한다고 무죄를 주장하였지만 안중근은 자신의 암살 목적이 단순히 이토를 죽이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재판에서 일본 침략의 부당성과 평화를 알리기 위해서였다며 판사 앞에서 일장 연설을 한다. 하지만 사법부도 짜고 친 고스톱으로 안중근은 사형, 우덕순은 3년 형, 유동하와 조덕순은 1년 형을 받는다. 텅 빈 재판정에 미나베와 안중근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총 6번의 콩 볶아 먹는 재판 끝에 사형을 받은 안중근 의사는 항소하지 않고 사형을 받아들인 후 안응칠 일기와 동양평화론을 집필하다 돌아가셨다. 당시 동양평화론 집필을 위해 항소하지 않는 대신 사형을 늦춰주기로 했으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아 동양평화론은 서문과 전감까지만 쓰고 미완으로 남아 있다. 내용이 짧지만 묵직하니 한 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안중근 의사 외에도 많은 열사들이 관동 법원에서 사형을 받고 돌아가셨다.
한국인이 오면 열어주신다는 안중근 기념관을 열어주셨다. 묵념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진짜 가시 돋칠까 봐 매일 책 읽으며 왔는데 진품은 한국의 동국대에 있다. 나도 저 유묵 한 점을 기념품으로 사 왔다.
일본인 후손들도 여기 찾아온다는데 다들 미안한 감정보다는 조상이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재판정 참관기에서 보면 이토 히로부미에 대한 일본의 생각이 우리와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놀라운데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다니…. 예나 지금이나 가해자는 기억상실증에 걸리나 보다.
관람을 끝내고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던 것 같다. 얼마 전에 연변 대련 선양 학생회에서 관람 왔었는데 그때 있었던 이야기도 하고 대련의 역사와 함께 근처 더 둘러볼 곳도 여럿 알려주셨다.
대련은 과거 여러 나라들이 탐내던 항구 도시로 일본과 러시아의 식민지를 거치며 그 흔적이 잘 남아 있는 곳이라 한다. 여러 모로 한국과 겹치는 것이 많다. 일정이 촉박해서 뤼순 박물관은 건너뛰고 대련역으로 다시 돌아가 중산 광장으로 갔다.
중산 광장은 동그랗고 작은 광장인데 그 주변을 역사적인 건물들이 감싸고 있다.
지금은 내 월급 다 가져간 중국은행이 되었다.
지금도 우체국으로 사용 중이다.
러시아에서 지은 문화공연을 위한 건물인데 요즘도 그렇게 사용하는 것 같다.
지금도 호텔
지금도 은행. 대체로 예전 건물 목적을 그대로 이어 가는 것 같다.
열심히 보다 동쪽으로 걸어 러시아 거리를 보러 왔다.
러시아 초콜릿 밖에 살게 없어서 구경만 하다 나왔다. 호텔로 가는 길에 옛날 전차를 보았다.
대련 시내는 복잡하고 길을 건너기가 쉽지 않았다. 좀 시간과 여유를 들여 많이 구경하고 싶지만 지치고 힘들어서 일단 호텔로 돌아왔다.
내일은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관동 형무소를 못 본 게 너무 아쉽다. 고민 끝에 오전 기차행을 오후로 바꾸었다. 6시간은 벌었는데 무사히 형무소 관람 후 귀환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