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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여행 21일 차

대련 뤼순 관동법원 - 중산 광장 - 러시아 거리

by 수리향

2022.08.08.


아침에 대련 역 앞의 호텔에 짐을 풀고 뤼순항으로 출발했다. 뤼순은 대련역에서 지하철을 2호선-1호선-12호선, 3번이나 갈아 타야 도착할 수 있다. 일단 대련 지하철역에서 대련 교통카드를 만들고 출발했다.


12호선 뤼순 역에 내리니 무궁화가 만발해 있다. 뤼순 역 바로 앞에 오토바이가 엄청 많았는데 외국인 여권으로는 등록이 안 되었다. 나는 걸어 가보았는데 관동 형무소까지 택시로 12위안이면 충분하니 그냥 택시를 타자.

걷는 길이 위험하니 꼭 차를 타자
관동형무소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관동 형무소는 월요일이 휴관이란다. 나 말고도 많은 이들이 허탕을 치고 돌아갔다.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20분 거리에 위치한 관동법원으로 가보았다. 웬 병원이 있는데 같이 있어서 신기했다. 알고 보니 해방 후 병원으로 사용했다가 한국에서 부지를 빌려 복원했다고 한다.

관동법원
한국어가 무척 잘 되어 있다.

들어가 보니 휴관도 아니고 다들 한국말도 너무 잘하시고 한국인인 걸 아시고 특별히 안내도 해주셨다. (감격)

입장료는 15위안

안중근 의사가 재판을 받던 곳이다. 이런 역사적인 곳에 내가 서 있다니 감격했다. 당시 하얼빈의 의거는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인 이슈라서 저 좁은 재판정에 300 명의 사람들이 앉거나 서있었다고 한다.

미나베 재판장이 있던 자리
유동하 조도선 우덕순 안중근

오는 길에 안중근 재판정 참관기와 동양평화론을 보다 와서 감회가 남다르다. 당시 우덕순이 채가구에서 이토를 암살하려 하나 실패하고 그 덕에 하얼빈역에 정차하면서 안중근 의사의 의거가 성공하였다. 하얼빈에서 관동 법원까지 이송된 안중근은 재판에서 자신이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것은 단순한 살인이 아니며 동양 평화를 위한 일이었다며 국제법 상 재판을 받기 원한다고 탄원한다. 안중근의 변호사는 안중근이 이토에 대해 잘못된 사상을 가지고 있어 교화를 시켜야 한다고 무죄를 주장하였지만 안중근은 자신의 암살 목적이 단순히 이토를 죽이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재판에서 일본 침략의 부당성과 평화를 알리기 위해서였다며 판사 앞에서 일장 연설을 한다. 하지만 사법부도 짜고 친 고스톱으로 안중근은 사형, 우덕순은 3년 형, 유동하와 조덕순은 1년 형을 받는다. 텅 빈 재판정에 미나베와 안중근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안중근 의사님 앉던 자리

총 6번의 콩 볶아 먹는 재판 끝에 사형을 받은 안중근 의사는 항소하지 않고 사형을 받아들인 후 안응칠 일기와 동양평화론을 집필하다 돌아가셨다. 당시 동양평화론 집필을 위해 항소하지 않는 대신 사형을 늦춰주기로 했으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아 동양평화론은 서문과 전감까지만 쓰고 미완으로 남아 있다. 내용이 짧지만 묵직하니 한 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안중근 의사 외에도 많은 열사들이 관동 법원에서 사형을 받고 돌아가셨다.

한국인이 오면 열어주신다는 안중근 기념관을 열어주셨다. 묵념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

진짜 가시 돋칠까 봐 매일 책 읽으며 왔는데 진품은 한국의 동국대에 있다. 나도 저 유묵 한 점을 기념품으로 사 왔다.

기상천외한 고문도구들
지방법원 2번째에 미나베 주조가 있다

일본인 후손들도 여기 찾아온다는데 다들 미안한 감정보다는 조상이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재판정 참관기에서 보면 이토 히로부미에 대한 일본의 생각이 우리와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놀라운데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다니…. 예나 지금이나 가해자는 기억상실증에 걸리나 보다.


관람을 끝내고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던 것 같다. 얼마 전에 연변 대련 선양 학생회에서 관람 왔었는데 그때 있었던 이야기도 하고 대련의 역사와 함께 근처 더 둘러볼 곳도 여럿 알려주셨다.


대련은 과거 여러 나라들이 탐내던 항구 도시로 일본과 러시아의 식민지를 거치며 그 흔적이 잘 남아 있는 곳이라 한다. 여러 모로 한국과 겹치는 것이 많다. 일정이 촉박해서 뤼순 박물관은 건너뛰고 대련역으로 다시 돌아가 중산 광장으로 갔다.


중산 광장은 동그랗고 작은 광장인데 그 주변을 역사적인 건물들이 감싸고 있다.

중산광장
요코하마 정진 은행 대련 지점

지금은 내 월급 다 가져간 중국은행이 되었다.

일본 관동 우체국

지금도 우체국으로 사용 중이다.

대련 인민 문화 클럽

러시아에서 지은 문화공연을 위한 건물인데 요즘도 그렇게 사용하는 것 같다.

옛날 호텔

지금도 호텔

옛날 은행

지금도 은행. 대체로 예전 건물 목적을 그대로 이어 가는 것 같다.


열심히 보다 동쪽으로 걸어 러시아 거리를 보러 왔다.

아기자기 러시아 건물
내부는 호텔 아니면 상점

러시아 초콜릿 밖에 살게 없어서 구경만 하다 나왔다. 호텔로 가는 길에 옛날 전차를 보았다.

타고 싶지만 지쳐서 바이

대련 시내는 복잡하고 길을 건너기가 쉽지 않았다. 좀 시간과 여유를 들여 많이 구경하고 싶지만 지치고 힘들어서 일단 호텔로 돌아왔다.


내일은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관동 형무소를 못 본 게 너무 아쉽다. 고민 끝에 오전 기차행을 오후로 바꾸었다. 6시간은 벌었는데 무사히 형무소 관람 후 귀환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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