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순 관동 형무소 - 연길 서역 귀환
2022.08.09.
여행 마지막 날이다. 원래 열차는 오전 7시에 타는 게 원칙인데 관동 형무소 관람을 위해 시간을 뒤로 미뤘다. 호텔의 짐을 모두 정리하고 무거운 가방을 들고 지하철로 향했다.
뤼순 관동 형무소는 무료로 운영되며 오전 9시에 개관한다. 그런 줄 알았다. 8시 40분, 커다란 관광버스 2대가 유유히 형무소 안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이른 아침부터 비를 추적추적 맞으면 밖에서 기다리던 나 포함 30여 명의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앞으로 기필코 단체를 결성해서 오리라.
감옥이라 그런지 그냥 날이 그런지 분위기가 을씨년스러웠다.
여순감옥은 안중근 의사뿐 아니라 중국의 여러 항일 지사들이 고초를 겪다 형장의 이슬이 되어 사라진 곳이다. 평일 이른 시간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그 넋을 기리고 있었다.
이런 시들이 엄청 많았다. 감옥에 시를 남기고 죽은 영혼들에 묵념을...
감옥에 갇힌 이들은 고된 부역에 시달렸다.
건너 가면 의무실이 보인다.
많은 이들이 사형 당해 형무소 밖으로 나갔다. 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워졌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도 결국 찾지 못했다고 한다. 형무소의 담이 높고 견고해서 죽어서도 나갈 수 없었나.
형무소에서는 안중근은 볼 수 없었다. 알고 보니 한인 협회 쪽에 연락하고 가면 안중근 의사가 수감된 감방이랑 기념관 문을 열어준다고 하니 꼭 연락을 하거나 단체로 가자. 우리 학교에서도 2학기 때 대련에 방문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안심이 된다. 안 되면 내년에 내가 교직원 연수를 추진해서라도 다시 오고 말리라 다짐했다.
아쉽지만 대련에서의 일정은 마지막이다. 시간이 더 있으면 보고 싶은 게 많은데 귀환을 더 늦출 수는 없다. 다행히 대련은 기차로 6시간 밖에(!) 안 걸리니 언제든 오고 싶을 때 올 수 있다. 대련 교통 카드를 소중히 간직한 채 연길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밤이 되어 연길 서역에 도착했다. 집이다!
동쪽 끝에서 서쪽 끝으로 열심히 달리며 많이 보고 느끼고 즐거운 22일이었다. 지도에 여정을 찍어보니 한국이 참 가깝게 느껴진다. 언젠가 열차로 서울에 출발하여 시가체에 닿을 날이 오면, 물론 에베레스트는 사절이지만, 그런 날이 오면 좋을 것 같다.
2022년 여름 여행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