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봉쇄가 해제되었다. 베이징에서 시작된 대학생들 시위 덕분에…. 이게 웬 떡인가 싶은데 학교와 종교단체를 제외한 모든 시설이 갑작스럽게 봉쇄 해제되고 대중교통과 배달이 재개되었다. 문제는 매일 길상마로 검사하던 시스템마저 하루아침에 급변하여 이링통이라는 이상한 앱으로 대체되었다. 문제는 중국 주민등록번호가 없으면 등록이 안 되므로 나 같은 외국인은 그림의 떡이다.(길상마도 영사관 통해서 겨우 계정을 받았다.) 하루아침에 모든 가게에서 길상마가 아닌 이링통을 요구하는 통에 엄청 당황했었다. 매번 가게 안에 들어가기 전에 이링통 때문에 씨름하다가 귀찮아져서 이제 웬만한 건 그냥 배달로 연명하고 있다. 그냥 있던 앱 쓰면 될 텐데 갑자기 왜 바꾼 것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중국 내 한국인들도 오랫동안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지만 중국인이 아닌 만큼 대놓고 시위는 할 수 없고 항상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그래서 이번 위드 코로나 시위에 대해 뒤로만 열심히 응원했던 것 같다. 중국인들이 시위를 하다 잡히면 뭐 그러다 끝나지만, 외국인이 중국의 체제에 반대 하는 시위를 했다가는 강제추방은 고사하고 향후 중국 비자가 발급이 안 될 가능성이 100%이다. 그래서 모두 간절한 눈으로 위드 코로나를 속으로만 외쳤는데 이렇게 갑자기 위드 코로나를 한다니 약간 어안이 벙벙해지고 있다. 이래도 되나 싶고, 이렇게 위드 코로나 전환이 쉬운 거였나 싶고, 비자 발급과 입국 격리도 좀 완화되나 싶고 그런 바람과 루머가 확산되고 있다. 위드 코로나 루머도 엄청 오래되었는데 3년 만에 이루어지다니 루머가 언젠가는 현실이 되기도 하나 보다.
아무튼 봉쇄는 해제되었지만 아직 중국 내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는 여전해서 택시나 가게를 이용할 때 마스크를 제대로 쓰고 있지 않으면 크게 한 소리 듣는다. 확진자 수용시설에 갇혔던 확진자들이 갑자기 풀려나는 일은 없었고 에누리 없이 2주를 채우고 풀려난다. 길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없을 만큼 코로나에 대한 경계가 여전한 것 같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중국이 땅이 넓어서 제대로 된 의료 시설과 대중교통망을 갖추지 못한 지역이 많은데 확진자가 다발적으로 발생한다면 마을 전체가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변두리에 많은 인구가 노령층인 것을 생각한다면 조만간 큰일이 일어날 법도 싶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그 점에 대해서 큰 우려를 안고 있지만 중앙정부에서 하는 말은 일단 따르며 스스로 조심하는 것 같다. 아직 시내의 많은 상점들이 문을 열지 않고 있고 길거리에 함부로 돌아다니기 조심스러운 분위기라 주말에도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당분간은 별 일이 없기를 바라며 별로 남지 않은 운을 믿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