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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습격

by 수리향

봉쇄가 풀리자마자 코로나가 중국의 전역을 덮쳤다. 농담조로 주변인 100명 중 95명이 코로나 같다고 하는데, 빈말이 아니다. 정말 주변에 코로나가 걸리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봉쇄가 풀렸지만 학교는 그대로 원격수업이고 올해 안에 풀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를 물어보니 장춘에 성교육국이 있는데 그곳의 코로나 상황이 좋지 않아서 감히 다른 지역의 학교를 풀어줄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기말고사는 물 건너가고 규정에 따라 수행평가 비율을 늘려서 성적 처리를 했다. 열심히 만들었던 기말고사 시험지는 폐기되고 학생들은 줄줄이 코로나에 걸리기 시작하는데, 정말 아찔했다. 한인 사회가 좁다 보니 생각보다 외출이 많지 않다고 알고 있는데 도대체 어디서 걸리는 거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코로나는 어디에나 있고 공기 중에도 떠 있다. 결국 방콕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코로나가 오신 것 같다. 단단히 망했다.


기말고사를 보지 않으면 공부를 하지 않을 것 같아서 이번 주 내내 퀴즈 프로그램으로 쪽지 시험을 돌렸다. 거의 끝날 때쯤 학생들이 하나 둘 코로나 확진 소식을 들려주더니 마침내 마지막 날 아침, 목이 칼칼하고 머리가 무거웠다.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기침이 소리뿐 아니라 비말도 원격으로 전염이 되는 것인지 나에게도 코로나가 왔음을 확신했다. 설마 와이파이를 통해 전염은 만무하고 가끔 들리던 빵집에서 걸렸음이 분명하다. 어제 그 빵집의 문이 닫혔음을 전해 듣고 다음 날 바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보니…. 일 끝나고 해 지기 전에 잠시 산책하다 정말 스치듯 잠깐 안녕하고 들렸는데 이렇게 코로나까지 받아오다니 조금 억울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해열제가 몇 통 있기는 하지만 한번 앓으면 이것도 부족하다니 걱정이다. 더 걱정인 것은 물인데, 저번 세일 때 몇 박스 더 사둘 걸 매우 후회 중이다. 너무 목이 말라서 물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다. 병자에게 신선한 물은 매우 중요한 것인데 걱정이다.


여기는 코로나에 걸리면 병원에 갈 수 없다. 큰 병원이 하나밖에 없는데 코로나 환자가 들어왔다가 면역력 약한 환자들에게 전염되는 걷잡을 수 없겠지 싶다. 자가키트와 약은 오래전에 동이 났고 대부분 자가 면역력으로 버티고 있다. 오전에 영사관에서 40 키트를 풀은 것 같은데, 빛의 속도로 사라져서 꿈도 꿀 수 없었다. 한국에서 가져온 타이레놀과 이부프로펜을 2시간에 한 번씩 먹고 있는데 열은 좀 내려가지만 목과 기침은 여전한 것 같다. 한국에서 화이자를 3방이나 맞았는데 용을 쓰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나마 맞아서 이 정도 버티는 건지도 모르겠다. 별 일 없이 잘 넘어가면 좋겠다. 곧 크리스마스인데 산타가 있다면 코로나 좀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 아, 여기는 안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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