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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어택

중국은 지금…

by 수리향

코로나 걸린 지(증상이 나타난 지) 열흘 남짓, 다행히 오늘 몸이 많이 좋아졌다. 아침만 하더라도 엄청난 코막힘과 인후통에 시달렸지만 그래도 시간이 약인가 보다. 코로나 증상은 사람마다 다른데 처음 3일은 정말 죽는 줄 알았고 열은 일주일을 꽉 채워서 앓았다. 그 뒤로는 지루한 코감기와 인후통이 계속되었다. 그래도 오늘 낮 동안 갑자기 회복해서 확실히 어제저녁보다는 숨 쉬기가 편해졌다. 물도 하루에 10통씩 먹던 걸 오늘 7통으로 줄었으니 장족의 발전이다.


열흘 내내 주말을 제외하고 정말 쉬지 않고 일만 했던 것 같다. 어차피 다 걸렸는데 여기서 나 하나 빠지면 누가 채워줄 사람도 없고, 은행 문 닫히면 업무가 시작되듯 학기 말의 학교 업무는 자비가 없고, 그보다 더 무자비한 관리자는 맛 좀 보라는 건지 마감 기한을 더 앞 당기고. 결국 이 비인간적인 업무 환경 속에 아픈 몸을 이끌고 초코파이로 끼니를 때우며 좀비처럼 일하다 밤에 쓰러져 자… 지도 못하고 끙끙 앓다가 또 일어나 약 먹으며 일을 했던 것 같다. 우리 동네는 내가 아플 때쯤 대부분 코로나에 걸린 것인지 대부분의 가게와 음식점들이 다 문을 닫았다가 최근 배달을 시작했다. 어제 아프고 처음으로 죽을 시켜 먹었다. 그 덕분에 오늘 많이 좋아진 것 같기도 하다. 역시 아픈 사람은 잘 먹어야 되는데 겨우 초코파이 몇 개로 때워서 낫는 속도가 더딘 것이었을까? 그런데 밥 할 기력도 없고 일하느라 바빠서 초코파이라도 없었으면 나는 이 중국 땅에 홀로 앓다가 굶어 죽었을지도 모른다. 고마운 초코파이, 고마운 오예스.


중국의 코로나 상황이 심각하다 했지만 지역마다 달라서 아직 시작도 안 한 지역도 있다. 정말 땅이 이렇게 넓으니 통제를 힘들게 해야 겨우 코로나 붙들 수 있었는데 이번에 너무 대책 없이 오픈해서 사달이 난 것이다. 위드 코로나 정책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약 찍고 병자 받을 수 있을 만큼으로 통제를 해야 하는데 여기는 그런 게 없다.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의 차이라 하는데, 그렇다기보다는 중국은 전체주의가 강한 것 같다. 각 성마다 자치를 하지만 베이징에서 내려지는 당에서의 명령이 성들의 의견을 뭉게 버린다.(안타깝지만 점잖은 표현을 찾을 수 없다) 문제는 성도 웬만한 국가 보다 크기 때문에 그 안에서 세심한 관리나 통제는 어렵다. 사실상 중국은 ‘None or All’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약은 좀 찍어 놓고 위드 코로나 선언하지. 한국에서 가져온 10통의 약들 아니었으면 나는 정말 송장 치렀을 것이다. 이 약들 언제 다 먹나 했는데 정말 열흘 동안 빛의 속도로 소진했다.


중국 코로나 피크 지도

커뮤니티에서 얻은 중국의 코로나 감염병 정점 시기 지도이다. 거의 정확하다고 보면 되는데 무서운 것은 1월도 있다는 것이다.(날짜를 보고 정말 소름이 돋았다.) 대부분 저 때 피크를 찍고 2주 뒤 점차 정상화될 텐데 문제는 그때 중국의 설인 춘절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중국인의 80%는 감염되었다고 보고 있으므로 춘절이 별 의미 없을 수도 있지만 최악의 경우 춘절을 기점으로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정말 그 뒤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미 똑똑한 한국인과 중국인들은 다른 나라로 탈출했다. 수업을 듣던 학생도 주말 사이 한국으로 피신해 원격 수업을 듣고 있고, 역시 발 빠른 자가 살아남는구나 싶다.


한국의 방역 조치는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지만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사실 처음 코로나 걸리고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이 다 코로나 걸린 걸 알았을 때 왜 한국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손 놓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다행히 한국도 다른 나라들도 점차 조치를 취하는 것 같다. 다음 달, 빠르면 이번 달 중순 정도면 중국의 코로나 상황도 잦아들 것이다. 너무 빠르게 퍼져서 정상화 속도도 빠른 것 같다. 가게들도 속속들이 정상화되고 심지어 요즘 매일 불꽃놀이도 하고 있다.(정말 이렇게 다 아픈 와중에 대단하다.) 사람마다 치유 속도가 다르니까 코로나를 일찍 이겨낸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가 지겨울지도 모른다. 그런데 한번 앓으면 후유증도 오래가고 회복도 힘든 사람들도 있으므로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면 좋겠다. 물론 중국에서 그런 걸 바라면 안 되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중국에 오실 분들은 꼭 코로나 반드시 걸릴 상황을 가정하고 일정을 계획하기를 바란다. 사람 목숨은 소중하고 아프면 슬프니까. 우리 모두 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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