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하루
한국에 돌아왔다. 입국하자마자 중국과의 비자 문제도 서서히 풀리면서 위안화도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헐값에 팔은 나의 위안화 때문에 배가 다 아팠다. 집에 돌아오고 나서 한 동안 정신이 없었다. 오는 날에 맞춰 다행히 중국에서 보낸 택배들이 속속들이 도착해서 며칠 동안 짐 정리를 했다. 필요한 가전이나 가구는 다 있는 상태라 짐 정리는 금방 끝났지만 밀린 공과금을 처리하고 가스를 설치하고 인터넷을 알아보고 설치하느라 한 세월이 걸렸다. 특히 인터넷 설치 건으로 골치가 아팠는데, 인터넷이 안 되는 동안 인간의 삶이 이렇게 피폐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중국에서도 VPN을 통해 유튜브도 보고 드라마도 보았는데 막상 한국에 오니 데이터가 부족하고 느려서 불가능했다. 하다 하다 포기하고 갤럭시 스마트폰에 내장된 라디오와 DMB 기능 덕분에 약간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 갤럭시에서 기본 제공하는 라디오와 DMB 앱이 계륵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었다.
긴 거리를 이사하게 되면 정말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사람이 사는데 정말 필요한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지만 생활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커피와 차가 없으면 죽는 사람이라서 캐리어에 커피 드리퍼와 핸드밀, 여행지에서 산 차들을 꽁꽁 싸서 가지고 왔다. 한정된 트렁크에 무엇을 넣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은 테트리스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항공사의 수화물 규정을 맞춘 나는 공항에서 엄청난 크기의 케리어 무리들을 발견하고 좌절하였다. 항공사 측에서 수화물 크기와 무게를 정해두었지만 그걸 지킨 사람은 나 밖에 없는 것 같다. 캐리어를 조금만 더 큰 것으로 사용했으면 몇 개 더 넣어올 수 있었는데 아쉽다. 리장에서 사 온 과자도 있었는데 케리어에 들어가지 않아 포기했다. 붓과 벼루, 다기들도 가지고 오고 싶었는데 아쉽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하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약간의 휴지, 치약, 비누, 수건 같은 것들이었다. 그런 건 생각도 못하고 도착하는 시간에 맞추어 전기포트나 로켓 배송 시켜놓았다. 결론은 만족스러운데, 이런 건 한국에서도 살 수 있는데 왜 내가 이렇게 차(茶)에 목숨을 걸었나 싶다. 물론 한국의 물가가 워낙 비싸서 다시 물건들을 마련하는데 돈이 많이 들었을 것이다. 못 본 사이 한국의 물가는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아직 체감을 하지 못했다. 다만 떡볶이와 치킨, 짜장면 값은 오른 것이 확실하다. 다행히 메모리와 GPU는 많이 다운되었다고 해서 열심히 PC 견적을 맞추어 놓았다. 열심히 금액과 규격을 테트리스한 결과 생각한 금액을 조금 초과해서 컴퓨터를 완성했다. 생각해 보면 대학원 다닐 때 맞추었어야 하는데 이제 와서 맞추다니 나도 참 느림보 같다. 새로 올 컴퓨터를 기다리며, 이제 잘 준비를 해야지. 한국에서도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