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리향 May 26. 2024

어반 스케치

수채화의 매력

요즘 어반스케치를 연습하고 있다. 분명 그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느낌이 잘 나오지 않아서 항상 답답하다. 어쩌다 수채화 작가님들의 그림을 보면 간단한 붓칠만으로 그 분위기를 그려내는데 나는 한참 고민하고 붓칠을 해도 풍경에 인위적임이 묻어난다.


처음에는 스케치를 잘 못한다고 생각해서 스케치만 따로 나오는 어반 수채화 컬러링북을 샀다.


이거 사고 미젤고 물감 받음..ㅋ

두 권으로 되어 있는데 한 권에는 완성본, 다른 한 권에는 스케치만 있어서 스케치부터 따라하면서 공부하기 좋다. 근데 스케치는 곧잘 따라하는데 색칠만 하면 망작을 만드는 나 자신을 발견.(띠로리)

왼쪽이 작가님 스케치, 오른쪽이 내 스케치
왼쪽이 작가님이 그린 것, 오른쪽이 내가 그린 그림


굳이 비유하자면 작가님 것은 대충 만들었는데 맛있는 음식이고 내가 그린 그림은 MSG 열 스푼 들어갔는데 간이 안 맞는 음식 같은 느낌적 느낌?!


아아니 그럼 대충 그리면 되는 것인가? 색칠을 대충 하면 되는 것인가? 열받아서 컬러링북을 대충 북북 칠했더니 업로드 불가급의 망작이 탄생하였다. (스케치들아 미안)


그렇게 어반에 대한 의욕을 읽고 유튜브로 먹방을 보고 있는데 유튜브가 실연에 빠지지 말라는 건지 이기주의 스케치라는 어반 스케치 강의 영상을 하나 보내주었다. 그걸 보며 다시 심기일전 연습해 보는데 중목 스케치북에 딥펜이 미끄러지고 잉크 튀어서 난리 나고(갑자기 있지도 않은 굴뚝을 만들어 수습), 인디언 잉크 들은 만년필 꺼냈더니 다른 잉크 섞은 거라 채색하며 녹색이 번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근데, 완성하고 보니 생각보다 괜찮아서 놀랐다.



잉크는 번지고 채색도 다 번지고 난리였는데 왜 더 괜찮은 걸까?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첫 번째, 자연은 원래 무심히 그린 듯한 그림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며, 두 번째, 자연의 색은 내가 평소 쓰는 색보다 톤다운된 것들이란 것이었다. 원래 하늘은 파랗고 나무는 푸르고 바닥은 갈색으로 그렸는데 이번에 이기주 작가님이 추천하시는 무채색 계열의 색을 써서 그림자를 표현하려 애썼다. 그리고 잉크가 번지는 바람에 음영에 녹색이 풀어져 좀 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든 것 같다. 선 하나 삐져나와도 으아악 했는데(자세히 보면 지붕 선이 정말 비뚤 하고 있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고 그렇다) 완성하고 보니 아예 티도 나지 않고 오히려 멋스럽다.


수채화의 매력은 내가 의도하지 않은 물 번짐이 주는 아름다움이 아닐까. 굳이 애쓰지 않아도, 아니 애쓰지 않아야 나오는 그 자연스러운 얼룩 말이다. ‘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 어반 수채화가 그렇게 나에게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았다.





하늘에는 그 어떤 경계도 없다.

분별도, 이해도, 욕망도, 기대도, 아무것도 없다.


우리의 마음이 하늘과 같다면

서로가 뒤섞여 같이 유속 할 수 있다면

그렇게 소리 소문도 없이 유유히 떠나간다면,


삶이 조금은 쉬웠을 텐데,


이따금 저 멀리 놓인 푸른 산을 관조하듯,

끝없는 하늘, 저 확장된 우주를 넘어가듯,

아주 멀리, 시선과 마음의 눈도 초첨을 풀고,

아주 멀리 바라보기도 한다.


주변의 가까운 현상, 빠르고 급조된 화려한

혹은, 정동적인 시야를 놓아두고

저 멀리 시선을 놓아 본다면,

영속적이고 긴 마음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변함없이

그런 마음으로 온갖 삶을 다 통과하며 살고 싶었다.


- 안리타, 무경계

매거진의 이전글 노랑 장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