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
조금 큰 스케치북과 조금 큰 붓을 샀다. 항상 엽서 크기에 세필 인조모로 그리다 이렇게 큰 스케치북에 천연모 붓이라니 낯설다.
밑색을 칠하고 작약의 꽃잎을 하나하나 그려 넣었다. 이렇게 물감을 물에 풀며 붓 끝으로 꽃을 피울 때마다 조금씩 마음이 풀어지는 것을 느낀다.
종이는 삼원 띤또레또 250g 코튼 60%인데 종이가 잘 울고 물을 머금는 정도가 파브리아노 클래식과 비슷하다. 맨 뒤에 파브리아노가 적혀 있는 걸 보아 같은 계열인 듯.
붓은 알리에서 산 전문가용인데 모가 부드럽고 잘 모아지며 넓은 면적을 칠할 때도 붓 자국이 남지 않는다. 역시 좋은 붓은 다르구나 싶다.
삶이 참, 지난하다. 무엇하나 그렇지 않은 게 없는데, 그게 인생인가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