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탄 미술관 1층
워싱턴에서 필라델피아를 거쳐 뉴욕으로 돌아온 필자는 본격적으로 뉴욕 투어를 시작했다. 뉴욕 맨해튼은 작지만 대단히 볼 것이 많은 곳이었는데 그중에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제대로 보려면 일주일은 족히 걸릴 것 같은 엄청난 규모와 퀄리티를 자랑하였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경비원입니다’라는 베스트셀러 에세이를 보면 고학력의 저자가 왜 미술관 큐레이터도 아니고 경비원을 하지? 하는 자연스러운 의문이 생기는데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에 가면 그런 의문은 싹 사라지고 단 하나의 생각만 남는다.
나도 메트로폴리탄 경비원 하고 싶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밖에서 보았을 때는 그 규모를 짐작하기 어렵지만 안에 들어가면 압도적으로 많은 미술품과 전시 상태에 깜짝 놀란다. 다양한 문화의 모든 것들을 보관하고 일부분은 전시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테마(이집트, 중세, 차이나 등)에 따라 시대를 그대로 옮겨 온 듯한 전시관도 있어서 정말 깜짝 놀랐다.
메트로폴리탄 전시관은 1, 2, 3층으로 이루어지는데 3층은 서브 방이라서 사실상 1-2층만 돌면 된다. 근데 한 층의 한 방만해도 볼 것이 너무 많아서… 1층 로비에서 반드시 지도를 챙기기 바란다. 홈페이지에는 아예 구글 지도를 제공하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이렇게 넓은 줄 몰랐던 본인은 Medieval Art에서 한차례 길을 잃은 후 방마다 표시된 번호를 읽으며 하나씩 흝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관람 일정을 빠르게 짰다. 일단 모던 아트 쪽은 뉴욕현대미술관도 있으니 패스하고 Greek and Roman Art - Medival Art - Europian Sculpture - Arms and armor - Egyptian Art - American Wing 순으로 관람을 하다가 2층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메트로폴리탄은 방마다 다른 방으로 통하는 길이 2개 이상이고 테마마다 방이 수 개이기 때문에 입구마다 있는 방 번호를 잘 읽으며 돌아다니지 않으면 길을 헤매기 쉽다. 길을 헤매면 설마 빠져나오지 못하는 일은 없다만 한번 본 방을 또 관람하는 시간 낭비를 할 수 있다. 정말 방 하나를 1-2분 안에 샤샤샥 보지 않으면 이 많은 방을 다 구경하는 건 불가능하다. 문제는 방 하나만 하더라도 미술 좋아하는 사람은 한 번쯤 보았을 그런 그림과 조각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진짜 눈이 깜박이고 발이 아픈 내가 원망스럽더라. 몸은 혹사할 수 있지만 시간은 멈추어 세울 수 없기 때문에 메트로폴리탄에 들어간 순간부터 폐관 시간까지 정말 쉬지 않고 부지런히 구경했던 것 같다. 하지만 1분과 1초만 더 남았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Great Hall에서 Medival Art 쪽으로 가는 복도에 비잔틴 제국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곳곳에 작품에 대한 설명과 비잔틴 문화에 대해 설명하는 문구가 있고 오디오 해설도 제공하지만 이 많은 작품을 눈으로만 잠깐 담아도 미리 사전 지식을 쌓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다행히 요즘 보는 책이 로마 문화(로마인 이야기)라서 조금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로마가 참 대단한 것이 정복 전쟁만 하는 줄 알았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문화가 서로 섞이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스 안에 갇혀 있을 것 같던 그리스 문화는 로마를 거쳐 다른 나라로 전파되고 서로 융합되는 모습이 여러 조각상과 예술작품에서 드러났다. 비잔틴 문화는 로마 조각상들 보다는 정숙하지만 얼굴이나 복장의 정숙함에서 그 차이가 드러난다.
기독교 문화도 조금씩 보이고..
로마 조각관쯤에 오면 시저를 만날 수 있다.
로마인 이야기에 시오노 나나미가 그렇게 좋아하는 시저를 만나다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근데 그렇게 잘 생기지 않았다. 시오노에 의하면 잘생기기보다는 옷을 그렇게 잘 입으셨다고 한다.
로마는 그리스 신화를 그대로 받아들여 그 조각상이나 예술작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스타벅스의 세이렌의 모습이 어디서 영감을 받았나 했는데 이 동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참고로 스타벅은 모비딕의 1등 항해사의 이름(모비딕에서 가장 정상인).
반인반수 판도 나오고 그리스 신화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전시 뒤에는 성모조각상을 시작으로 점차 기독교적 색채가 보이기 시작한다.
방에는 성모자 그림이 정말 컬렉션으로 되어 있었다. 그림책에서 한 번쯤 보았던 그림들이 막살아 숨 쉬는데 색채도 선명하고 어떻게 이렇게 보존 상태가 좋은 건지 깜짝 놀랐다. (복원품인 건가?)
아예 가구 구경하라고 테피스트리와 가구를 그대로 재현한 방도 있었다. 자유롭게 앉을 수 있다는 것에, 메트로폴리탄의 대인배적 전시관을 엿볼 수 있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