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재미있어요!
어떤 돌아이가 그랬다. 학생 시절 나에게 1도와 닿지 않는 이야기였다. 근데, 좋아하는 것만 선택해서 공부할 수 있게 된 지금, 나는 공부가 재미있다. 문제는 학창 시절이 아니라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라는 거다. 하긴 나이란 것은 숫자에 불과하니 이제야 공부에 재미가 붙었다 한들 죄는 아니다. 게다가 다시 과거로 돌아가도 그 재미없는 교과서 공부를 다시 하고는 싶지 않다. '노잼=노 스트레스'는 프린터 광고에나 나오는 거고 인생은 '노잼=스트레스'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공부는 Unity, 3D Max, 라즈베리 파이, Three.js이다. Unity는 교과 담당 교사로서 공부하는 거고, 3D Max는 Unity 게임 오브젝트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껴서 공부하고 있다. 라즈베리 파이는 예전에도 조금 했는데 이번에 한기대 원격 연수를 신청하면서 같은 교무실의 선생님과 스터디를 하고 있다. Three.js는 3D 그래픽인데 대학원에서 배우고 있다.
나는 그림과 업이 많은 걸까? 어렸을 때도 만화를 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나이가 들어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3D 그래픽을 공부하고 있다. 이건 그냥 2D처럼 쓱쓱 그린다고 되는 건 아니고 정말 노가다(막노동)의 최고봉을 달리는 것 같다. 3D Max나 Blender 같은 프로그램일 공부하다 보니 용어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공부할 게 무궁무진하다는 걸 느꼈다. 다행히 부족한 이론적인 부분은 대학원에서 Three.js를 공부하며 많이 채우고 있다. 하지만 역시 엄청난 노가다(막노동)은 대체 불가하다. 요즘 3D 애니메이션이나 게임들을 찾아보며 그래픽 디자이너의 엄청난 노고에 경의를 보내고 있다. 저 '발 CG'를 한 장면 만들기 위해 얼마나 긴긴밤을 커피로 지새웠을꼬...
저번 학기 때 핫하다는 딥러닝은 머리 한편에 묵혀둔 채 조용히 잊어버리고 있다. 너무 많은 분야를 문어발처럼 계속 공부하다 보니 좀 정신이 없기는 하다. 하지만 그게 '게임 프로그래밍'에서 모두 사용되는 기술이다 보니 하나라도 게을리할 수가 없고, 무엇보다 다 재미있다.
솔직히 이게 문제다. 해보면 다 내 타입인데 하나를 고르자니 참 어렵다. 물론 분야에 따라 가성비의 차이는 있다. 그래픽 > 코딩 > 피지컬 순서로 손에 잘 붙는 것 같은데 힘든 건 손에 붙을 때까지 시간을 더 투자하면 되고 아직은 모든 것이 재미있고 신기하다.
국영수사과 교과서가 사라진 곳에서 진정한 공부를 발견한 것 같다. 학교에서 연구할 수밖에 없는 특성상(집에서 하기에는 장비 문제도 있고 결정적으로 컴퓨터 성능이 떨어진다) 공부를 하려면 직장에 가야 한다. 결국 직장 생활은 나의 공부를 할 수 있는 터전이 되고 그것이 직장 생활을 즐겁게 만든다. 뭐 엄청난 것을 할 필요는 없다. 그냥 내 삶이 즐거워진다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게 사는 재미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