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7.20. 화이자 1차 접종을 받았다. 고3과 교직원 대상으로 접종을 실시한다고 뉴스에 나왔을 때만 해도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방학 직전에 갑자기 공문이 내려오고 어느새 장소와 시간이 정해졌다. 너무 급하게 진행되는지 시간과 장소가 좀 왔다 갔다 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었던 것 같다.
다행히 내가 다니는 학교는 아직 확진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청정 구역(?)으로, 가족이 걸리는 경우는 있어도 당사자인 학생이 걸린 적이 없었다. 역시 심신이 건강한 남자아이들이라서 그런 것인지. 처음에는 학생의 가족이 확진 났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해당 담임교사와 교과 담당 교사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덜덜 떨면서 기다렸지만, 어느 순간 ‘이 아이들은 확진되지 않는다’는 이상한 믿음이 생기면서 나중에는 ‘그러려니’하는 강심장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주변의 학교들이 하나씩 감염을 거치는 것을 보며 불안했던 것은 사실이다. 조금씩 감염병의 범위가 좁혀지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불안을 느끼던 차에 생각보다 빠르게 접종을 받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도 들고 교직원이란 직업 덕분에 또래들에 비해 일찍 접종을 받게 되어 감사한 마음도 든다.
접종은 방학 이후라서 학교에 나올 필요는 없었지만 마침 그때 일이 있어서 오전에 잠시 나와 일을 보고 점심 식사를 한 후 접종 장소인 근처 체육관으로 향했다. 이미 접종은 진행되고 있었고 신분증 확인 후 번호표를 받고 대기실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렸다. 생각보다 대기 시간이 길어서 들고 온 이북을 보면서 시간을 좀 때우다 들어갔다. 일단 접종실에 들어서면 거의 일사천리였다. 간단한 예진표 체크 후 간호사 분이 백신을 접종했다. 공포의 주사 바늘이 내 몸에 들어가는 순간 바늘이 아니라 야구 배트로 치는 듯한 통증이 엄습했다. 간호사 분은 ‘어때요, 하나도 안 아프죠?’하고 웃으며 물어보았는데, 나는 ‘역시 주사는 아프네요.’하고 억지로 웃어주고 나왔다. 후기를 보니 하나도 안 아프다 몇 시간 뒤부터 통증이 시작된다는데 뭔가 좀 억울했다.
접종을 마친 뒤 15분 정도 대기실에 앉아 있다가 귀가했다. 가면서 화이자 백신의 부작용에 대해 열심히 뒤져 보았는데 허기가 지는 것 말고는 아직까지 나에게 이렇다 할 부작용은 없었다. 통상 밤에 증상이 나타난다고 하고, 사람은 밤에 면역력이 많이 약해지는 지라 머리맡에 타이레놀 한알을 두고 잠에 들었다. 몸이 약한 편이라 밤에 앓은 적이 종종 있었는데 그날은 편하게 잘 잤던 것 같다. 좀 일찍 잔 편이라 새벽에 일어나 출출해서 과일을 2개 깎아 먹고 책을 좀 보다 다시 잠에 들었다. 뭔가 많이 먹는다는 생각이 좀 들었는데 오전에 일어나 보니 두통과 함께 생리가 시작되었다.
여성에게 나타나는 화이자 백신의 부작용 중 하나가 생리불순과 부정출혈이라고 하는데, 나의 경우 좀 애매했다. 마침 생리 나오는 시기이기도 했고 평소보다 꾸물거리며 나온 편이기도 해서, 백신 접종 18시간 만에 생긴 미열과 두통은 이것이 생리 때문인지 화이자 때문인지 나를 헷갈리게 했다. 약을 먹고 싶었지만 일반적인 생리통보다도 약하고 감기 증세라기에도 매우 약해서 먹기에 애매했다. 그냥 한숨 자고 일어나니 두통이 좀 내려갔다. 백신 접종 후 24시간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괜찮은 것 같아서 마침 도서관에 예약해둔 도서를 찾으러 외출을 하였다. 날이 좀 더웠지만 다닐만했고 약국에 들러 2차 접종을 대비한 타이레놀도 넉넉하게 사두었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니 다시 미열이 느껴졌다. 빌려온 책을 보며 조금 쉬다가 저녁을 먹고 공원에 나가 가볍게 만보를 채운 후 돌아왔다. 착 가라앉은 저녁 공기를 마시고 나니 컨디션이 좋아진 것 같다. 평소 알레르기도 있고 몸에 쥐도 잘 나는 편이라서 걱정을 정말 많이 했는데 무난하게 잘 넘어간 것 같다. 현재는 접종 후 30시간이 지난 시점인데, 아직 왼팔의 뻐근함은 사라지지 않았고 평소와 다르게 손이 따끈하긴 하지만 아프거나 하진 않고 오히려 몸은 가뿐한 편이다. 대체로 이 정도 시간이 경과했으면 대부분의 증상은 겪은 것이라 하는데 나는 무난하게 잘 넘어간 것 같아 다행이다. 2차 접종도 별 증상 없이 무난하게 잘 넘기고 빨리 이 코 시국을 끝내고 싶다. 물론 나 하나 맞는다고 코 시국이 끝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