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과그림

이모조모 할머니

색연필 마커펜

by 이정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나는 빨리 할머니가 되고싶단 생각이 들었다.


대체 아버지의 죽음과 내가 할머니가 되는 것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지만

12년의 투병끝에 90세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때의 내 상실감과 의식의 흐름이 딱 그랬다.


이젠 내가 그냥 모모씨 아줌마, 고모, 이모, 엄마 뻘이 아니라

조모 대열로 올라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건 뭔가 그 자리를 채워야겠단 마음이 아니라

부쩍 늙는 기분때문이었다.


그리고 할머니가 되면

난 이씨니까 이모씨 조모가 되어

손주들에게 조곤조곤 속닥속닥

내가 이모조모 만든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곤 평생 처음

내 맘대로 식의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초등학교어린이부터 중고등학생에 심지어 직장인까지ᆢ모든 왕따를 당하는 사람들이 뭉쳐

왕따피해자를 지켜주는 왕따클럽ᆢ 어느 날 하늘에서 금고가 뚝 떨어진 뒤, 더 가난해지는 금고마을 이야기ᆢ 삼촌에게 입양된 조카와

조카로선 아빠로 불러야할지 엄마로 불러야할지 모를 게이삼촌의 씩씩한 동거이야기 ᆢ 착한 뱀이야기 ᆢ아톰동생 아토이야기 등을 서툴게 마구 써댔다.


청년들이나 어른들이 유치한 짓을 하면

흉이 되지만

할머니는 좀 유치해도 오히려 젊게 늙는걸로 보이지않을까 하며 두려움없이 유치하게 !

주저하지않고 유치하게!


그러나

자기들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멀쩡하게 회사 잘 다니고 연애 잘 하던 내 아이들은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연애도 끝내버렸다.

안정적인 회사생활을 끝내고

아무것도 안 정해진 창업생활로 돌입하니

달콤한 시절에서 쓴 맛의 시간으로 옮겨갔달지 ᆢ


늙는 것도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아되는 거였던지

나의 할머니 꿈도 요원해지고

그로써 동화쓰기도 멈추었다.


에잇!! 아무 것도 내 맘대로 되는 게 없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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