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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화 Jul 07. 2020

이모조모 할머니

색연필 마커펜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는 빨리 할머니가 되고싶단 생각이 들었다.


대체 아버지의 죽음과 내가 할머니가 되는 것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지만

12년의 투병끝에 90세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때의 내 상실감과 의식의 흐름이 딱 그랬다.


이젠 내가 그냥 모모씨 아줌마, 고모, 이모, 엄마 뻘이 아니라

조모 대열로 올라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건 뭔가 그 자리를 채워야겠단 마음이 아니라

부쩍 늙는 기분때문이었다.


그리고 할머니가 되면

난 이씨니까 이모씨 조모가 되어

손주들에게 조곤조곤 속닥속닥

내가 이모조모 만든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곤 평생 처음

내 맘대로 식의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초등학교어린이부터 중고등학생에 심지어 직장인까지ᆢ모든 왕따를 당하는 사람들이 뭉쳐

왕따피해자를 지켜주는 왕따클럽ᆢ 어느 날 하늘에서 금고가 뚝 떨어진 뒤, 더 가난해지는 금고마을 이야기ᆢ 삼촌에게 입양된 조카와

조카로선 아빠로 불러야할지 엄마로 불러야할지 모를 게이삼촌의 씩씩한 동거이야기 ᆢ 착한 뱀이야기 ᆢ아톰동생 아토이야기 등을 서툴게 마구 써댔다.


청년들이나 어른들이 유치한 짓을 하면

흉이 되지만

할머니는 좀 유치해도 오히려 젊게 늙는걸로 보이지않을까  하며 두려움없이 유치하게 !

주저하지않고 유치하게!


그러나

자기들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멀쩡하게 회사 잘 다니고 연애 잘 하던 내 아이들은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연애도 끝내버렸다.

안정적인 회사생활을 끝내고

아무것도 안 정해진 창업생활로 돌입하니

달콤한 시절에서 쓴 맛의 시간으로 옮겨갔달지 ᆢ


늙는 것도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아되는 거였던지

나의 할머니 꿈도 요원해지고

그로써 동화쓰기도 멈추었다.


에잇!!  아무 것도 내 맘대로 되는 게 없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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