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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화 Jul 04. 2020

오후 세시에 내가 줄 수 있었을 모든 것

색연필 그림

꿈같이 흐른 이십여 년 전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오후 세시쯤이었다.

그때 난 아이들을 맞으며 무얼 했던가.

간식을 대충 챙겨주고 학원을 보내거나 그러지 않았을까. 오늘은 즐거웠냐고 묻는 대신

시험은 잘 봤냐고 따져 묻진 않았을까.


***

삼십 대가 된 아들 딸을 보면 가슴이 먹먹하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그사이 모은 적은 돈으로 패션 브랜드를

창업한 내 아이들ᆢ

직원도 없이

그리고 자르고 꼬매고 다리고 뜯고 싸고

생산부터 판매까지 하는 걸 보면

꼭 쌀농사만 88번의 손길이 필요한 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자리잡기가 어려운 만큼

연애도, 친구와의 만남도, 결혼도,  요원한 아이들을 보면 행복해 보이지 않고 ᆢ

그러니 나도 따라서 행복하지 않다.


***

이럴 줄 알았더라면

그 옛날, 세 시의 집은 이랬어야 했던 건데ᆢ

걱정 없이

애들 좋아하는 것을 다 늘어놓고

그때라도 한 번 마냥 평안하고 행복하게

 즐거운 우리 집을 만들어줬어야 했던 건데ᆢ

그때라면 내가 아이들에게

그들이 행복할  모든 것을 해줄수 있었을텐데 


이젠 먹먹히 바라보는 것 밖에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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