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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화 Aug 06. 2020

Mom! Sorry & Tahaks!!

내 엄마의 모든 것

 엄마랑 통화를 했다.

 이런저런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못하는 걸 전화로라도 퉁 치려했건만,

통화시간은 겨우 16초였다.

치매 십여년차에도 가족만은 알아보시는 엄마지만

귀까지 어두우시니 

아마도 주변의 도움으로 나인걸 겨우 알아채자마자

별일없냐며 한 번 오라곤 툭 끊어버리신거다.


끓기는 전화에 대고 엄마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요. 를 외쳤지만 그저 내 마음의 알량한 위안일 뿐 엄마는 결국 못들으셨을것이다.


전화를 끊고 엄마를 떠올려봤다.

내 모든 해결사, 내 모든 능력자, 하늘만큼 땅만큼 나를 사랑해주신 내 모든 우주였던 엄마에 대한 기억은 생각보다 많이 떠오르지않았다.

분명 어마어마한 엄마였는데, 엄마의 사랑과 은혜를 기억하기엔 환갑이 된 나에게

96세가 된 엄마에게도 너무 세월이 흘렀다.


게다 엄마는 근 십여년을

돌아서면 잊고 돌아서면 잊고

마치 3초만에 모든걸 잊는다는 금붕어의 기억력으로 시작하여

이제는 다만 정물처럼

종일 아무 말없이 아무  움직임없이 의자에 앉아계시기만하니

우리의 추억은

엄마머릿속에서뿐 아니라

내 기억속에서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요술방망이처럼 원하면 뭐든지 뚝딱 해내셨던 엄마에서

물고기의 기억력을 가진 실버피시엄마에서

이제 그림같이 남은 엄마를

오늘은 그려보았다.


내가 태어난해에 키우기시작한 고무나무를 천장높이로 여태 키우는 엄마,

꽃을 잘 키워 죽은 꽃도 살리는

그린핑거를 가지셨던 엄마,

유치원에서 돌아온 날 함빡 웃으며 반겨주시고

안아주셨던 엄마.

비오는 날, 학교앞에서 나를 기다리셨던 엄마,

여행과 커피를 좋아하셨던 엄마,


심한 불면증으로 잠 안오는 밤

카페트에 달린 술을 머리따듯 일일이 가닥가닥 따며 밤을 지새셨던 엄마,

유치원소풍 달리기대회에서 나와 손잡고달려 인형을 상으로 받게해주신 엄마,

털실과 천으로 그 인형에 옷을 만들어주셨던 엄마ᆢ


그리고 실버피시 나의 96세 엄마ᆢ

엄마! 감사하고 죄송해요.

엄만 최고야!!

엄마! SORRY & TH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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