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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화 Dec 20. 2021

구멍

작년여름 이후, 거의 매일 그리며

그때마다 색으로 위안을 받던 그림을

통 못 그리고있다.

올 여름 이후부턴 1년째 연재하던 글도

기약없이 멈춤 상태다.

연말까지 하려했던 어떤 출간계획도,

심지어 6년째 쓰고있던 십년일기도

백지로 넘어가는 중이다.

다른 일로 바빠서거나 꼭 게을러서도 아니다.

시간에서 무엇인가 빠져버린 느낌ᆢ

굉장히 느슨하지만 뭔가 몹시 어긋나있는 느낌ᆢ


대체 무엇이 이토록 큰 구멍처럼

내 시간 속에서 빠져나갔나 생각하면ᆢ

굳이 생각하면ᆢ

두 어머니와 통화를 못 하고 있는 것뿐이다.

신혼이후 거의 매일,  때로는 진저리까지 쳐대며

걸었던 시어머님께 드리는 문안전화

치매이후, 툭하면 한때에도 열번스무번씩 똑같은 말로 나를 찾아댄 엄마전화


거리두기로 못뵙는 얼굴보다 더 나를 흔드는게

우리의 뜻과 상관없이 단절된 전화때문일까.

정말 그때문일까. 효부도 효녀도 아닌것이 ᆢ


이 며칠동안도 기쁘거나 즐거운 때가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이 동안도 웃거나 떠들지않은 것도 아니지만

아무튼 오늘도 이렇게 서성거리게

분명 저 곳에 계신데 어디에도 이미 안 계신 느낌.


스스로도 놓은 것처럼 여겨질까,

잡고 잡고 잡고 있느라

오늘도 그림도 일기도 좋은 밤도 깊은 잠도 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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