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화 Feb 02. 2022

동백꽃 필무렵

설날무렵

설날을 앞두고 지인에게 동백화분을 받았다.

꽃을 좋아하고, 그래선지 내 그림도 좋아하는 지인은

동백꽃이 피면 내게 그걸 그려보라며

동백의 꽃잎수와 모양 등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난 동백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다시 보며

실제로 처음 듣는건지

언젠간 알았는데 잊었던건지 모르겠지만

그 설명을 듣는 동안

내가 지금까지 꽃을 보거나 그렸던 방식은

지인이나 어쩌면 다른 사람들과도

참 달랐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꽃을 좋아했지만

내가 취하는 꽃은

딱히 이름과 모양과 계절을 가진 어떤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막연한 나만의 느낌이거나 의미,

분위기나 울림에 끌렸달까.

어쩌면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으로

가령 동백꽃을 생각해도

내겐 그 붉은 잎이나 다섯에서 일곱장 사이의 꽃잎들이나 카멜리아힐의 이미지보단

겨울에 꽃이 펴  '동백'이라는

그 이름에서 오는 서늘하고도 강렬한 기운,

피같이 고혹적인 아름다움 만을 떠올렸으니ᆢ


그러고보면 나는 매사에 그런식으로 세상을 살아온것같다. 무엇의 본질을 제대로 알거나 깨우쳐

접근하고 수용한게 아니라

그저 눈오면 눈 맞고 비오면 비 맞으며

그날의 내 마음동선에 따라

좋다거나 슬프다거나 지나고 흘려버린 것이 ᆢ


그런 식이니

 '아픈마음을 치료한다'는 글귀에 끌려

불쑥 낯선 치과에 들어가 덤터기를 쓰거나

사계절을 한번에 그려넣는 바보스런 꽃그림을 그리기도하고ᆢ


그것이  꼭 단점만은 아니라

때론 그때문에 별 호불호나 계산없이

그때 그 마음이 시키는 일, 마음이 옳다거나 내치지못하는 일을 내 이익이나 내  우선순위에 앞서 감수하게도 했을 테지만 ᆢ

____


그런저런 생각으로 맞은 설날,

내가 한 일은 내 이의 갯수를 세어본 것이었다.

그리고 막연히 성인의 평균 치아수가 28개에서 32개라는건 알고있었지만

내 치아가 28개인건 평생 처음 알았다.


생각해보면

눈에 보이는 손가락숫자 발가락숫자는 알아도 보이지않는 자신의 치아갯수를 세어보거나

아는 사람은 많을까.

매번 마음을 돌아보고 산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들여다본건 남의 선의와 악의

주변 시간의 잘잘못일 뿐,

그만큼 내 스스로를 헤아리고 깨우치며

살긴 살았던걸까.


-------


암튼 난 점점 좋은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다.

이 나이에 부자가 된다거나 위인이 된다거나 그런것보다 훨씬 희망적이고

이 나이에 가질수있는 가장 멋지고고도 실현가능한 웅대한 꿈이다.


곧 동백꽃이 필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구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