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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화 May 16. 2022

불행할래야 불행할 수 없이

엄마를 뵙고왔다.

얼마전엔 또 많이 안 좋으셨던 엄마가

오늘은 좀 괜찮으셨다. 누워만 계신 채로도

내 손을 끌어당겨 손등에 뽀뽀를 해주셨다. 그래서 행복했다. 행복해도 눈물은 났다.


요즘 '나의 해방일지'란 드라마에 빠져있다. 줄거리보다 대사와 행간에 꽂혀

시집 읽듯 때론 일기장 읽듯 보고있다.


드라마 속 '해방클럽'동호회엔

행복하기위한 세가지 강령이 있다.

행복한 척 하지 않기.

불행한 척 하지 않기.

정직하게 보기.

그렇게하여 스스로에서 먼저 해방하는 것이다.


나도 행복했던 때에도 힘든 시간은 있었고

슬프거나 우울하거나 불행하다고 느꼈던 중에도

더러 웃었다.

그러니 어떤 척도 할거없이

속으로만 정직하게 들여다보면 되는 거였는데도 특별히 찌르거나 빛나는 그 어떤 순간만을 도려내 불행한 척도 행복한 척도 했었다.


오늘은 엄마를 드라마 보듯 지켜보고왔다.

쇠약해진 엄마에

슬퍼도 행복하고, 행복하지만 눈물도 흘리며ᆢ

엄마는 많이 아프지만 그래도 행복한 분이고

행복한 엄마지만 정말 힘드시겠다고도 생각하며ᆢ


그래도 엄마는 단순하게 하나만 생각하심 더 좋겠다.

딸을 만난 오늘, 게다 딸을 알아볼수도 있던 오늘, 그래서 뽀뽀도 반갑게 나누었던 오늘ᆢ 오늘은 정말  행복하구나. 불행할래야 불행할 수없이 행복하구나, 하며 그렇게 ᆢ


그럼 나도 오늘은 하루 더 행복한 척만 잔뜩 할테다.

행복한 척을 안 할래야 안 할수없이

나는 행복하다. 내겐 아직 엄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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