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시작하며 나와 스친 것들
2021 0608
1. 현관문을 열어놓고 기다린다. 아이가 어제 만든 종이컵 비행기를 복도 계단에서 날려보겠다고 한다. 귀찮은 마음을 꾹 누르며 두 번 호응해준다.
2. 새소리를 들으며 후문을 나선다. 조금 이른 시각인지 사람이 없다.
3. 가는 길 개똥을 발견했다. 항상 나는 밑을 살피는데 아이는 앞만 보느라 아슬아슬하게 개똥을 피한다.
4. 우리가 나서는 시간인 8:30보다 일찍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이다. 늘 가는 길에 따끈한 개똥이 있다. 지겹다.
5. 놀이터 후문에서 우루루 나오는 남자애들.
아이 친구와 형 그리고 형 친구 두 명이 같이 학교를 간다. 아이 친구의 형은 5학년인데 키가 작은 편이다. 옆에 친구 두 명은 어른이라고 해도 믿을 듯한 덩치다.
6. 오늘은 어디까지 데려다줄까 물으니 끝까지 하고 대답하는 아이. 마음속에서 두 가지 마음이 요동친다. 혼자 등교해야 한다 와 더 데려다줄까 의 두 가지 마음이다. 혼자 씩씩하게 가는 애들을 보면 이젠 내가 창피하다.
7. 정글짐에서 헤어지려고 했는데 가는 길 목에서 도로공사를 하고 있다. 마음이 약해져서 공사하는 포클레인까지만 데려다 주기로 한다.
8. 나는 헤어지면서 이따가 피아노 학원 끝나고 1층으로 내려오라고 당부를 한다. 아이는 계속 올라오라고 한다. 거기 올라가서 기다리는 엄마는 나 밖에 없어.라고 쏘아붙이고 얼른 가라고 한다.
9. 아이가 뒤돌아보면 엄마 없어서 서운할까 봐 기다리며 계속 손을 흔들어 준다. 세 번이나 뒤돌길래 인사해주고 나도 뒤돌아 갈 준비를 한다.
10. 친구를 봤는지 내가 있다는 걸 잊고 학교 문으로 뛰어간다.
11. 집으로 걸어오며 담장 따라 핀 장미를 본다.
12. 유럽의 어느 길 같다는 생각을 하며 아침을 시작해 본다. 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