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그림자

매일 아침의 기록_보물찾기

by 수링

20210609






1. 원피스를 입고싶다고 꺼내입은 아이는 거울을 보더니 런닝을 갈아입어야 겠다고 한다.


2. 분명 아까 봤을 땐 더럽지도 않고 젖지도않았는데 왜지? 체리모양이 원피스에 비치는 게 싫다고 한다. 하얀 런닝으로 갈아입어야 겠다고 한다.


3. 오늘은 개똥이 없다. 매일 산책 하는 것도 아니었나보다.


4. 늦었다. 어린이집 앞 길에서 매일 만나는 인상쓰고 걸어오는 아주머니를 집앞 길에서 만났다.


5. 정글짐이다! 안녕

오늘은 안 돌아보고 가네.


6. 하루 연체된 책을 반납하러 도서관으로 향했다. 더워지기 시작한다. 올해는 계속 더울 예정인가보다.


7. 도서관은 쉬는 날 이지만 무인 비디오반납기처럼 생긴 기계에 책을 인식하면 네모난 입을 벌린다. 거기에 쏙 넣어주니 책이 쓰레기통에 떨어지듯 우당쿵쾅 쇳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연체 반납 완료.


8. 집으로 오는 길 중 산길을 골랐다. 사람이 없으니 마스크를 내리고 숲 냄새와 아침 냄새를 맡아본다. 이따 아이와 함께 집에 올 때 숲길로 와야겠다고 다짐한다. 아이에게 많은 냄새를 맡게 해주고 싶다. 하루에 한가지라도 기억하게 하고싶다.


9. 다양한 계절을 보여주는 나무 계단 길이다. 오늘은 무성하고 풍성한 초록이다. 많이 우거져서 그림자도 촘촘하다.


10. 계단이 끝나는 지점이 작은 도로이고 그 앞이 바로 우리 집이다. 집이 나올 것 같지 않은 깊은 숲같은 느낌이 좋다. 내 앞에 그림자가 점점 커져 시야를 가리는 큰 나무들을 치워서 길을 터 줄 것만 같다.



여기야. 네 집. 잘가. 이따가 만나.



그림자는 나뭇잎을 움직여 손을 흔든다.


난 그 사이를 지나 계단 끝까지 내려와 집으로 향한다. 뒤 돌아보는 걸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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