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채만 한 호랑이
호랑이가 나오는 꿈을 꾸었다. 산에서 집채만 한 호랑이가 내려온다고 해서 신랑이랑 같이 건물 2층에 숨었다. 뻥 뚫어진 창문으로 거대한 형체가 지나가는 게 보인다. 정확히는 보지는 못했다. 느꼈고 우리는 책상 밑에 숨었다. 아무 소리도 기척도 내면 안된다. 우리를 인식하지 못하고 호랑이는 안개처럼 지나간다. 지나갔는지 확인을 해야 하는데 고개를 올리면 우리를 알아챌 것 같다.
지나갔다. 여기 있으면 안 된다. 다시 숨어야 한다. 저쪽에 창고 같은 집이 보인다. 저기로 가자. 안 가려고 하는 신랑을 끌고 집으로 들어갔다. 아주 작은 잠금장치로 문을 잠갔다. 안전하다.
집주인은 이 집을 지키고 있었다. 우리는 아주 오래 안전해질 때까지 이 집에 있을 수 있었다. 집주인의 아버지가 이 집을 지키고 있었고, 그 아들도 집을 지켰다. 그 덕분에 우리는 안전했다. 햇빛이 들어오는 창문도 있어서 그 안은 따사로웠다.
집안에 있으면서도 나는 집채만 한 호랑이가 와서 집전체를 들이박아서 무너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을 느꼈다. 집안에 있는 게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 뒤의 내용은 기억이 안 난다. 꿈에서 깨서 한참 동안 눈을 감고 깨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