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매일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진중하게 말을 해주었다. 지금 억지로라도 해야 나중에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 수 있다고.
나 역시도 매일매일 확인하기가 어려워 초반에만 아이에게 확인을 하고, 가끔 해라해라 잔소리를 하게 된다.
수학 두 장 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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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어린이 신문 읽기
30초 영어책 두장 하기
우리가 정한 건 이거인데도 내가 말을 해야 그제야 한다. 나는 목이 쉰다. 나도 문제가 있다. 매일 했니 안 했니 확인을 안 한다는 것.
안하는(못하는) 이유를 취조하듯 물어보니, 매일 하는 게 어렵다고 한다. 그래 맞아. 습관 어렵지.
근데 일주일만 매일 하면 그다음 주는 조금 나아져. 한 달만 매일 하잖아? 그럼 수월해져. 처음엔 뭐든 다 어려워서 억지로라도 해야 돼. 그럼 조금씩 쉬워지고 한 달 뒤에 네가 해내잖아? 그럼 너는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는 거야.
아이한테 말하면서 나에게도 하는 소리다.
그림 그리고 이야기 만드는 게 좋고 재미있어서 시작했지만 고통스럽고 하기 싫은 날들이 많다. 그래도 앉아서 끄적거린다. 추하디 추한 그림을 그려낸다. 그럼 다음 장은 나아진다. 추한 그림을 사람들에게도 보여준다. 완성된 내가 어디 있겠나. 완벽한 그림도 없다. 내가 허술하고 멍청해 보여도 괜찮다. 그런 단계가 없으면 어떻게 그림이 아름다워지겠어? 태어나자마자 성인이 될 수 없듯이 나의 멍청한 이 시간도 사랑해야지.
아이의 시간도 내 시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