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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수목금_어렵다

by 수링



금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안 어려운 날이 없다.


월요일에 전해 들은 이야기는 속상하고 답답하고 화도 나고 혹시 내 탓인가 싶어 온갖 생각을 해보기도 하다 보니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커져서 잠도 쉽게 오지 않았다. 어렵다.


화요일은 테니스레슨이 있는 날인데 그날은 아침부터 속이 안 좋다. 전에는 전날부터 속이 안 좋았으니 나아진 거긴 한데 그래도 여전히 그렇다. 4시 20분이 레슨 시간인데 그전까진 뭘 해도 집중을 못한다. 일 년이 되었음에도 테니스는 어렵다.


수요일은 목요일 미팅을 위해 이제까지 그렸던 그림을 정리하고 밤까지 그리고 있던 그림을 완성하려 시간을 쪼개 썼다. 그림은 재미있기도 하고 하기 싫기도 하고.. 여러 마음이 들 때는 특히 어렵다.


목요일 2시에 미팅이라 오전부터 집에서 출발해서 점심도 미리 먹고 가을 길을 많이 걸었다. 같이 동행해 준 이가 있어서 든든했다.

연남동을 걷다 보니 그 시절 이대 뒷골목 같았다. 나는 내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내가 20대 같은 기분이 들었나 보다. 내가 그린 그림을 들고 있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러버렸는지.


미팅은 특히 어려웠다. 내가 더 이상 이십 대가 아니고 열정과 재능을 가진 상태가 아니라 더 어려웠나? 세상을 알면서 모르고 싶고 여전히 시작하는 사람이고 초보이면서도 재능과 실력이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일까? 그래서 어려웠을까?


어렵다. 이제 와서 그림도 어려우면 어쩌자는 걸까.


금요일은 바람 쐬고 싶어 김포아울렛에 다녀왔다. 테니스레슨시간에 딱 맞춰서 집에 오니 속이 안 좋을 시간도 없긴 했다. 오늘은 좀 편하고 쉬우려나 했지만 테니스는 여전히 어렵다. 잘 안되고 모자라고 바보 같은 모습을 얼마나 더 스스로 느껴야 하는 걸까.


고작 5일이 5년 같다. 하루하루가 왜 이리 어렵고 힘든 걸까. 사람도 어렵고 그림도 어렵고 테니스도 어렵고 가족도 어렵고.




뭘 바꿔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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