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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교실은 이제 없을지도 몰라

학부모 디지털 학습체험

by 수링



2025년부터 AI수업, 초등 디지털 교과서 도입 시행.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것들을 어디선가 보거나 듣긴 했지만 우리 아이 학교는 아직 도입 전이라 솔직히 관심이 크게 없었다.

그냥 막연히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만 했다. 스마트폰도 안 좋고, 영상 노출도 안 좋고 게임도안 좋고, 종이책을 읽어야 하고

공부란 책상에 앉아서 연습장에 풀이과정을 적어가며 풀어야 하고, 영단어를 적어가며 암기해야 하고 내가 했던 방식대로 말이다.

디지털 시대니까 오히려 저런 것들이 더 중요하다고 믿었다.


근데 디지털수업이 뭐지? 뭐가 도입된다는 거지? 정확히 뭘 어떻게 하는 거지?

제대로 알아야 반대를 하든 찬성을 하든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마침 아이학교알리미에서 서울시 학부모 디지털 체험 신청 공지가 떴다.

후다닥 들어갔는데 종로에 있는 센터는 벌써 마감이고 영등포여자고등학교는 아직이라 빠르게 신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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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는 영등포 여고는 규모가 꽤 컸다. 내부도 일반 학교 같지 않고 쇼핑몰 같았다.




학교 맞나 싶을 정도로 특이한 구조였고, 여러 교실들도 디지털시대에 맞게 구성되어 있었다.

학교를 돌아보며 여러 교실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실제 디지털 수업을 하는 교실에서 직접 수업체험을 하는 일정이다.



도서관과 연결된 이 공간이 특히 인상 깊었는데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니 더 놀라웠다.

현재 모든 학생에게 구글 크롬북이 제공되며 이런 공간에 아이들이 앉아서 과제도 하고 공부를 한다는 이야기였다.

특히 내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수업 사이 공강시간이 생기게 되기 때문에 이렇게 짱 박힐 공간이 많이 필요할 거라는 것.


곧, 네모교실은 없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돌아본 장소는 자습실이었는데 우리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반대쪽은 더 자유롭게 구성이 되어있고 꼭 카페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곳에서 공부가 집중이 될까? 이런 생각이 스쳤지만,

어두컴컴하고 몽둥이 든 선생님이 책상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며 감시를 했던 시절엔 뭐 우리가 집중해서 공부를 했던가? ㅎㅎ



대학 강의실 같은 교실에서 각자의 디지털 기기로 체험 학습을 시작했다.


정보과 선생님 ( 젊고 잘생긴 신입 남자 선생님이라 학교에서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선생님이라는…)께서 요즘 아이들은 워낙 디지털 기기에 익숙할 테니 순조롭겠다 싶었는데

첫 시간에 꽤 놀라셨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한 반에 아이들이 23명 정도인데 로그인하는데만 40분이 걸린 반도 있었다고 하신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능숙하지가 않아 기본부터 가르쳐줘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어차피 바뀌어가고 있는 세상이라면 미리 디지털 도구 활용 능력을 갖춰놓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


우리는 50분 체험 수업에 로그인이 얼마가 걸릴지.. ㅎㅎ


25분쯤 걸렸다. 모두가 로그인을 하고 수업방에 들어가는데!




한글 자판은 꽤 능숙하지만 영타는 독수리 타법이라 나도 쉽지 않았다. 고작 두 단어 쓰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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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수업을 들어보고 둘러보니 디지털은 무조건 안 좋을 거라는 생각이 얼마나 편협했는지 알게 되었다.

하루에 수학 문제집 몇 장 풀어라. 책도 하루에 한 권씩 읽고 요약해라. 학교 단원평가는 어떻게 봤니. 이런 확인이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이책 읽고 아이들과 관계 맺고 노는 것도 물론 너무 중요하겠지만 공부는 책상에서 해라는 잔소리는 진짜 옛날 버전이구나 싶었다.


당장 집 와서 크롬북을 검색해 보고, 디지털 학습지도 찾아봤다. 컴퓨터로 밀크티, 엘리하이 이런 걸 구경하고 있으니 아이가 와서 관심을 가진다.


”엄마!~ 밀크티 말고 초코도 있어. “


무조건 전 과목 수강이고 기기 약정까지 걸려있어서 대부분 14만 원 정도라 망설이고 있었는데 미래엔 초코는 달랐다.

한 과목당 9500원이고 기기도 사지 않아도 되고 내가 가진 기기 또는 컴퓨터에서 할 수 있게 되어있다.

일단 일주일 무료체험하려고 가입을 하고 아이에게 해보라고 했더니 웬걸. 꽤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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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나의 경험에 그만 갇혀있어야겠다.

그리고 앞으로 쓸 이야기들도 더 열린 마음으로 구상해 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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