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일, 한화 vs 롯데
야구팬은 다른 스포츠팬보다 화날 일이 많다고 한다. 경기의 단위가 굉장히 잘게 쪼개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축구는 패스의 연결로 경기가 흘러간다면, 야구는 공평하게 동일한 조건에서 같은 횟수의 공격과 수비 기회가 두 팀에게 주어진다. 그리고 공 하나하나에 양 팀의 희비가 엇갈린다.
대략 1이닝에 15개 내외의 공을 던진다고 치면, 우리 팀의 투수는 공을 9이닝 동안 대략 150개 던지게 된다. 그 공 하나하나에 제구가 왜 저래? 의문이 들면 화가 나기 시작하는 거다. 즉, 150번의 분노를 할 수 있다.
반대로 공격 순서일 때는 우리에게 공 150개가 들어온다. 이 공을 배트로 쳐 안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으로 들어오는 공을 멀뚱멀뚱 보고 있거나, 높은 공에 배트를 휘두르거나, 떨어지는 공에 삼진을 당하면 혈압이 오르게 된다. 또 150번의 분노다. 공격과 수비를 합하면 약 300번, 야구 팬은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에 서 있는다.
서두가 길었다. 요약하자면 난 오늘 경기로 화가 많이 났다. 딱 위에 써 놓은 이유로. 시즌 시작하고 2패밖에 안 했는데 그 2패가 굉장히 답답한 경기여서 타격이 크다.
우라는 오늘 점수를 낼 기회가 대략 10번 정도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단 1점도 뽑지 못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이길 수 있던 경기를 진 것이 뼈아프다.
1:0으로 롯데가 리드하고 있는 상황. 기적처럼 9회 말 선두타자로 나와 떨어지는 공을 참아내고 볼넷으로 출루한 하주석을 보고 난 솔직히 승리를 예감했다. 상대 롯데의 김원중 투수의 제구가 그다지 안정적이지 못 한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서 대타 최인호는 담장을 때리는 2루타를 때려 무사 2,3루를 만들어냈다.
다음 타자는 포수 이재원. 이재원은 아직 첫 안타 신고를 하지 못했는데 상대 더그아웃의 고의사구 결정이 나왔다. 비어있는 1루를 채우면 병살타 내지 희박하게 삼중살까지 엿볼 수 있기 때문에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의문이었다. 다음 타자는 1번 타자 문현빈이다. 개막전에서 엘지에게 승기를 내준 뼈아픈 실책 이후 득점권 찬스마다 안타를 곧잘 때려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9회 말 무사 만루, 타석엔 문현빈. 상대 투수는 완벽한 제구가 힘든 상황. 이런 경우에는 승리를 지켜내야 한다는 투수 쪽의 압박이 더 심하다. 특히 제구가 불안정할 경우, 공격 팀이 가만히 볼카운트 싸움을 이어가다 밀어내기로 득점을 할 수도 있는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흥분하지 않고 변화구에 배트를 내지 않으며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초구를 쳤다. 롯데 내야는 당연히 바짝 전진수비를 하고 있었다. 데구르르 굴러오는 공을 잡은 2루수는 곧장 홈으로 송구. 원 아웃. 홈에서 또 1루로 송구. 투 아웃. 병살타다. 투 아웃 2,3루가 됐다.
그리고 다음 타자는 요나단 페라자.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다. 당연히 또 고의사구, 만루를 채운다. 그리고 우리 주장, 채은성이 타석에 들어섰다.
빗줄기는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아, 자세히 묘사하기 힘들다. 오늘 롯데의 변화구에 우린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헛스윙으로 경기 종료.
순위표를 보면 아직 우리가 맨 위에 있지만, 이렇게 경기를 내줘선 안 된다. 승리 하나하나가 나중에 가면 얼마나 아쉬운 경기가 되는데. 이길 수 있는 경기는 어떻게 해서든 이겨야 한다. 특히나 이런 타이트한 경기는 더욱더.
요즘 분위기가 좋다 보니 적극적으로 스윙한 결과가 병살이고 삼진이니 아쉽다. 최인호 선수의 극적인 2루타가 빛을 보지 못해서 더더욱 아쉽다. 그러나 어쩌겠나. 이 글에 내 아쉬움과 분노를 묻어두고 잠이나 자야지. 내일 출근은 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