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21일 한화 vs 삼성,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직관
스무 살 때 사귄 친구가 있다. 대학에서 만났는데, 이 친구가 어느 날부터 야구를 보기 시작했다. 만난 지 7년이 넘어서 공통 취미를 가지게 됐다. 아쉽게도 같은 한화팬은 아니다. 이 친구는 삼성 라이온즈를 응원한다.
그 이전에는 무슨 이야기를 했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매일, 하루종일 이 친구와 야구 얘기를 한다. 월요일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야없날(야구 없는 날)에 대해 한탄하고,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그날의 라인업, 승패와 환호와 분노가 주된 내용이다.
야구 친구는 생각보다 소중한 존재였다. 나 혼자 야구를 볼 때는 화를 알아들어주는 친구도 주위에 없었다. 지금은 척하면 척, 알아들어주고 함께 화내주고 어쩔 땐 화를 풀어주기도 하고. 최고의 친구다. 역시 야빠의 마음은 야빠만이 알 수 있다.
둘 다 직관을 좋아해서 야구장도 많이 다닌다. 이번주는 함께 반차를 내고 광명역에서 기차를 탔다. 나의 고향 대전역에 내렸다. 삼성과 한화의 금요일, 토요일 경기를 함께 보기 위해서다. 첫날 금요일은 한화의 승, 둘째 날 토요일은 삼성의 승. 사이좋게 1승씩을 가져갔다.
친구와 함께하니 혼자 볼 때보다 분노의 강도도 조금 약해진다. 옆에서 웃긴 이야기도 하고, 같이 떠들고 한탄할 친구가 있어서 그런가 보다. 평소 대체로 괴로웠던 직관이 야구친구의 존재로 덜 괴로워진다.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도 물론 있다. 어느 팀이든 점수를 내면 한 명은 울고, 한 명은 웃는다. 우린 서로 합의했다. 각자 충분히 즐기고 충분히 슬퍼하기로.
일요일은 친구가 먼저 서울로 떠나 혼자 야구장에 갔다. 어제 같이 샀던 책을 읽으며 친구의 빈자리를 달랬다. 오늘은 혼자 보는 날이라 옆에서 웃겨주는(?) 친구도 없었다. 기필코 이겼으면 했는데, 결과는 패배다. 혼자 지니까 재미도 없다. 감동도 없다. 웃음도 없다. 그냥 어이없는 경기 내용밖에 눈을 둘 곳이 없으니 화는 배로 난다.
혼자 직관 잘한다고 자부했는데, 조금 자중해야겠다. 이제 혼직은 자제해야겠다. 기쁨을 나누면 두 배, 슬픔은 나누면 반절이 되는 이곳은 바로 야구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