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3일, 한화 vs KT
익숙함을 경계해야 한다. 오늘은 어제와 다른 또 다른 날이다. 날씨도 다르고, 내 몸도 다르다. 어제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눈을 감았다 뜨면 저절로 새로운 날이 찾아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가. 그러니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제발.
오늘도 졌다.
한화 팬은 지는 게 익숙하다고, 보살 팬이라고, 져도 화 안 낸다고. 인터넷 상에서 유명한 한화 팬에 대한 밈이다. 프로야구 구단이지만 야구를 못하는 걸로 유명하고, 팬의 태도가 더 유명한 팀. 오늘은 솔직하게 한화 팬으로써 소신발언을 하려고 한다. 나는 보살 아니다. 지는 경기마다 매일 밤 화가 나고, 한 경기의 아웃카운트 27개에 일희일비한다. 부처님같은 평온한 마음은 나에게 없다.
4월의 한화 이글스는 최악이다. 점수를 5점 이상 내는 날에는 투수가 경기에 불을 지르고, 투수가 겨우 실점을 하지 않는 날엔 타자들이 침묵한다. 이렇게 안 맞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한 팀이라고 불러도 될까? 하긴, 비슷한 사람들만 모인 게 팀은 아니지. 각자 개성이 다른 사람이 모여 한 팀이 되는 게 매력이지. 아니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
연패가 길어지자 익숙했던 마음가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언제부터 우리가 많이 이겼다고. 내일은 이기겠지. 이런 걸로 화내면 한화 팬 아니지.
선수도, 팬도, 우린 최악에 익숙해져있다. 선수가 바뀌어도, 젊은 선수가 나이를 먹어도 왜 그놈의 '익숙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팀에 진하게 베인 익숙한 패배는 언제쯤 사라질 수 있을까. 팀 이름을 바꿔야 할까? 해체 후 재창단을 해야 하나? 선수를 모조리 새로 뽑아야 하나?
답이 보이지 않는다. TV 화면을 뚫고 느껴지는 어두운 패배의식의 분위기가 나에게 전해져온다. 주장의 미간엔 주름이 가득하고 작년 시즌 홈런왕의 팔자주름은 깊어져만 간다. 이 무거운 분위기를 번쩍 들어올릴 천하장사는 언제쯤 나타날까?